HomePod이라는 이름 속엔 애플의 전략이 숨어있다는 느낌적 느낌이다. 이미 아마존이 주도하고 있는 시장에서, 애플은 틈새를 먼저 치고 가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실 틈새라고 하기엔 워낙 거대한 시장이긴 하지만, 애플은 어시스턴트라는 기존 선두 사업자의 궤도를 뒤쫓지 않았다. 오히려 음악 기기라는 포장을 통해 시장에 자연스럽게 진입하는 데 애쓴 흔적이 보였다.

애플은 여전히 음악 분야에서 최고의 서비스 가치와 사용자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들어 다소 뒤처지는 듯한 인상을 받긴 하지만, 애플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소비자의 열광을 흡수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음악이다.

아이폰은 아이팟의 후속 및 연계 전략 속에서 스마트폰의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아이팟은 아이폰의 어머니다. 아이팟에 아이폰이라는 생명은 잉태돼있었다. 아이팟의 히트 효과는 고스란히 아이폰으로 이어졌고, 스마트폰의 경쟁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홈팟은 아마존 에코라는 강력한 선두 경쟁사가 있는 상황에서, 홈 어시스턴트라는 기존 시장을 공략하며 직접 경쟁하기보다 나름 수요가 높은 것으로 파악되는 음악 시장을 우선 공략하겠다는 그들의 전략적 의지를 드러낸 작명이라고 본다.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그들만의 오랜 노하우가 스며든 정교한 마케팅, 혹은 시장 진입 전략 아닐지.

아이팟이라는 음악 디바이스(실제는 아이튠스라는 소프트웨어와 결합된 하드웨어)의 시장 성공에 힘 입어 아이폰이라는 보편/대중성 영역의 (훨씬 더 인텔리전트 한)스마트폰으로 확장될 수 있었듯, 홈팟도 그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감히 추측해본다. 이미 애플은 홈팟 너머를 내다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40만원을 지갑에서 꺼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제가 보는 시장의 관점은 이렇습니다. 소위 인공지능 스피커? 혹은 AI 어시스턴트 디바이스? 그게 무엇이든, 저는 온라인 서비스의 파생 디바이스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냐, 온라인에서 구축된 네트워크의 무게(실은 밀도)가 오프라인으로 이전 혹은 확장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 기기는 네트워크에서 구축된 기득권(네트워크 효과)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고, 그것이 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연결된 시장(Networked Market)에 대한 전제 없이 디바이스 자체로만 상품성을 접근하면 많은 부분을 놓치게 된다고 봅니다. 즉, 홈팟이 홈팟이라는 하드웨어 자체만으로 보면 ‘새로울 것도 없네’ 싶겠지만, 애플이라는 거대한 네트워크 시장의 기득권 위에서 홈팟을 바라보면, 묘한 존재가 되기 마련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홈팟이 승부해야 할 대상이 아마존 에코와 구글 홈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시장 구획에 대한 정의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으니깐요. 기존 시장의 어느 부분을 네트워크로 확장해 연결된 기기인지에 따라 경쟁 제품은 아마존 에코가 될 수도 있고, 고급 홈 스피커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떤 목적과 어떤 시장의 파생으로 기획했느냐에 따라 내부에선 경쟁으로 바라보는 초기 시장이 다를 거라 봅니다.

하지만 결국엔 만날 겁니다. 서서히 시장 영역을 확장하면, 플랫폼끼리 동일 영역에서 경쟁하는 건 불가피할 겁니다. 시작이 검색이었느냐, 음악이었느냐, 상거래였느냐만 다를 뿐. 그때 어느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인지는 업의 본질에 얼마나 충실하면서 시장을 연결시켜왔느냐에 따라 갈리지 않을까요? 한두 곳 정도의 파생 시장에서 패퇴한다고 해도, 기존 업의 본질에 충실했던 사업자라면 두 번 세 번의 실패에도 부활할 가능성은 크다고 봅니다. (문득 삼국지가 연상되긴 합니다만 ㅋㅋ)

어떤 사업자도 지는 전략을 감히 선택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들이 이겨온 방식대로 확장해가면 계속 승리하느냐, 그것의 확률(승률) 변화가 궁금할 뿐이죠. 네트워크로 연결된 경제 질서에선, 기존의 기득권이 쉽게 파괴되진 않더라고요. 플랫폼 기득권이 어디에 기초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뻔한 답이긴 합니다만, 그걸 전제로 하지 않으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결론은 홈팟은 애플의 본업에서 파생된 네트워크화 한 시장의 영역이고, 애플은 그들이 이겨온 방식대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며, 그들이 획정한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만반의 준비는 마쳤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들 속을 모르니, 단기적으로 경쟁 제품에 구글 홈과아마존 에코를 두고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장기적으로 본업의 확장 영역에서 중첩된 경쟁 영역이 늘어날 것이고 결국엔 일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