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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토머스 패터슨’이 어떤 사람이냐면 : 현직 교수입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공공정책대학원)에서 정책과 언론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원래 전공도 정치학(Political Science)이었더군요. 현재 하버드에서는 ‘대통령과 국내 정치’, ‘대통령과 국제 문제’ 등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언론학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대통령과 언론보도의 관계를 꾸준하고 면밀하게 추적해왔더군요. 공개된 강의 자료를 열어봤는데요. 정치 보도를 분류해서 유형화히고 있고 이것이 실제 정치 행위와 어떤 관련을 맺어왔는지 소상하게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언론학자는 아니지만, 정치 보도에 대한 분석 그리고 ‘여론’의 저자 월터 리프먼에 대한 존경과 관심 등을 통해 미디어 쪽 연구를 해왔던 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 ‘자기 취재 분야 전문 지식이 없는 기자는 설 자리가 없다’. 어찌보면 저널리즘의 ‘전문직주의’를 재차 강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를 위해 패터슨 교수는 ‘지식 기반 저널리즘’(knowledge based journalism)이라는 개념을 설계했습니다. 뉴스와 지식 체계의 통합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지식을 접근하는 보편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론을 활용한 저널리즘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를 위해 패터슨 교수는 ‘내용 지식’과 ‘과정 지식’을 구분하는데 둘의 조합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추정하시겠지만 내용 지식은 주제에 대한 지식을 의미하고요, 과정 지식은 보도 방법이 보도 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지식입니다. 과정 지식에는 사회과학의 방법론 예를 들면, 통계학의 이해와 관찰 상의 귀인오류, 프레이밍 편향 등에 대한 지식을 포괄하고요. 나아가 교사의 교수법에 해당하는 보도의 전달 방식 혹은 포맷에 대한 배경 지식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이 왜 지금 중요할까 : 정보의 오염이 심각해서입니다. 이 책이 미국에서 발간된 건 2013년입니다. 2018년 8월에 번역돼 시차가 좀 있습니다. 트럼프발 ‘Fake News’의 시대가 열리지 않았음에도 이미 정보의 오염 정도는 심각한 수준임을 전제로 합니다. 인터넷은 정보의 보고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오염된 정보들이 넘치는 정보의 지옥이기도 하다고 진단합니다. 바로 이럴 때 지식 기반 저널리즘이 더 필요해지는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이 한 마디가 그의 생각을 상징적으로 압축하고 있습니다.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감이 없다면, 기자들은 스스로 중요성과 타당성, 그리고 때로는 심지어 정확성도 결여한 채 다른 사람의 이념과 생각을 전달하는 통신사업자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p.109) 내용의 검증없이 뉴스메이커들의 바이어스까지 옮겨적는 따옴표 저널리즘이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합니다. 사실이 진실은 아니다는 문장을 수차례 인용하고 있는데요, 이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패터슨 교수는 토크쇼라는 형식의 역사를 추적한 뒤, 그것이 정보 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합니다. 토크쇼는 따옴표 저널리즘의 원형(필자 해석)에 해당하며 “정보 오염을 밀거래한다”고까지 비판합니다. 나아가 “토크쇼들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보수파 진행자들에게 몰리고, 진보적인 사람들은 진보파의 진행자들에게 모인다”고 말합니다. 토크쇼가 중요한 이유는 허위 조작 정보가 유통되는 유튜브, 블로그 등은 거의 대부분이 바로 이 토크쇼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거나 변주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 중요한 책일까 : ‘따옴표 저널리즘’을 옹호하고 받아쓰기 관행을 ‘저널리즘은 사초다’라는 말로 두둔하려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특히 정치부 기자라면 꼭 읽어봤으면 합니다. 주변에 그런 분을 둔 기자들에겐 더더욱 추천합니다. 읽고 나서 선물해도 될 겁니다. 페터슨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언론인들은 뉴스가 ‘역사의 초고’라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이러한 주장은 분주한 직업 특성상 발생하는 작은 실수들에 대해 변명하려는 목적이 아닐 때조차도 적절하지 않다”고 단호하고 말합니다.
디지털 뉴스 전략을 수립하면서 ‘설명형 스토리‘의 논리적 타당성을 놓고 고민 중인 분에게도 추천합니다. 아마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패터슨 교수는 디지털 기술이 지식 기반 보도를 강화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지식 기반 보도의 역사는 1947년 허친스 위원회 보고서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강조합니다. 그만큼 역사적인 저널리즘 유형이고 정보 풍요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그 가치가 더 발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허위정보(fake news)의 해법으로서 지식 정보의 중요성을 검토하고 있는 분께도 이 책은 유용할 겁니다.

TMI : 이 책의 모든 챕터는 월터 리프먼의 코멘트로 시작됩니다. ‘여론'(public opinion), ‘자유와 뉴스'(Liberty and the News) 등이 인용됩니다. 그만큼 패터슨 교수가 월터 리프먼의 담론이 지금 시대에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코바치와 로젠스틸의 책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도 수시로 인용됩니다. 그러나 핵심은 미첼 스티븐슨의 ‘비욘드 뉴스’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거의 동일한 지향점을 갖고 있는 책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미첼 스티븐슨과 토마스 페터슨이 저널리즘의 미래라고 간주하는 흐름이 바로 ‘지식 저널리즘’, ‘지혜 저널리즘’인 것이죠. 저는 내내 복스의 ‘Explained’를 떠올렸습니다. 지식, 지혜 저널리즘을 가장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저널리즘 유형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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