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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데이비스(Stanley Davis) 의 ‘Future Perfect’가 세상에 나온 지 30년이 훌쩍 지났다. 대량맞춤화(Mass Customizing)라는 파격적이고 모순적인 개념은 대량생산과 규모의 경제를 신화처럼 믿고 있던 당대의 경영학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던져줬다. 그러나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그의 전망과 예측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개인들의 다양한 취향을 수용하면서도 대량생산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대량맞춤형 경제가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하다는 그의 주장(Davis, 1989, p.17)은 오히려 지금 더욱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대량맞춤화는 마케팅의 관점에서 주조된 언어였지만 조셉 파인(Gilmore & Pine, 1997)에 의해 다듬어지면서 변화한 세계의 패러다임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물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인화와 대량생산이 공존할 수 있는 시대를 일컫는 용어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데이비스의 비유를 인용하자면, 1종의 티셔츠를 대량생산해 생산비용을 낮춰가던 세상에서 5000종의 다양한 티셔츠를 낮은 비용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역설적 상황이 서서히 열리고 있는 것이다.

앞의 글에서 나는 ‘대중의 소멸’이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고 있는지 썼다. 단일하고 표준화된 대중이 다양화하고 개별화한 그러나 연결된 개인(Networked Individual)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은 산업으로서 대중매체에 대량맞춤의 요구를 해결하라는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수천, 수만의 취향으로 쪼개지고 있는 개인들에게 하나의 척도와 기준으로 생산된 공급주의적 정보 제공은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 대중매체의 힘과 권력이 하향세를 띠는 배경도 이와 관련이 깊다.

네트워크 틈새 미디어의 등장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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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2009년 뉴욕타임스의 사례에 주목해보자. 뉴욕타임스는 2009년 더로컬(The Local)이라는 지역 뉴스 서비스를 뉴욕시립대와 공동으로 시작한 적이 있다. 당시 대학 쪽의 파트너는 제프 자비스 교수였다. 대표적인 미디어 비평가였던 제프 자비스는 네트워크화 한 저널리즘(Networked Journalism)의 실천적 형태를 선보이기에 위해 목소리를 높이던 때였다. 2006년 자신의 블로그에 네트워크화 한 저널리즘의 개념을 설파하면서 그것의 한 구현태로 초지역 미디어를 대안으로 제안했다. 뉴욕타임스의 더로컬은 당시의 대표적인 초지역 미디어의 한 형태였다.

이때만 하더라도 네트워크화 한 저널리즘은 시민과 전문 기자의 연결성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자비스의 정의에도 제이 로젠의 시민저널리즘을 대체하려는 의도가 일정 부분 묻어있었다. 시민과 전문 기자를 네트워크로 연결함으로써 다양화하는 시민의 관점과 관심사를 반영하려는 경향으로서 네트워크화 한 저널리즘을 구체화하려 했다. 연결된 개인화에 대응하기 위한 미디어 산업 차원의 전략이었지만, 질서 재편의 흐름으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미디어 간 연결성보다는 생산 주체인 기자와 개인의 연결성에 주목했던 단계였다. 다각화하는 개인들의 관심사를 개인들을 생산 주체로 끌어올림으로써 해결하고자 했던 방안인 셈이다. 국내에선 오마이뉴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블로거뉴스가 이 역할을 대신했다.

1단계 : 생산 주체의 네트워크화

네트워크화 한 개인화를 생산주체의 연결로 해결하는 1단계가 일정 수준 완성되면서 최근 들어서는 새로운 흐름과 경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네트워크화한 틈새 미디어 그룹이다. 네트워크화 한 저널리즘은 자신의 관심을 지닌 개인이 직접 생산자로 등장해 새로운 시각을 보충하고 보완했다. 증대된 역량의 개인들은 저마다의 스타일과 관점으로 전문 저널리즘이 갖지 못한 다양성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갔다.

그러나 이들 개인들은 기존 미디어의 부속체계에 편입되는 방식에 곧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퍼블리싱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진입 장벽은 더욱 낮아지면서 독립적인 미디어로 성장하는 길을 택하고 있다. 미디엄과 브런치엔 독립 미디어들이 넘쳐나고 있고, 유튜브엔 개인 생산자들이 넘실대고 있다. 소규모 미디어를 표방한 페이스북 페이지는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기존 네트워크화 한 저널리즘 미디어들이 개인의 잠재력을 그들의 표준화 체계 배열하는 형식이었다면 증대된 역량의 개인들은 이를 거부하고 독립적인 미디어로 성장하는 길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MCN(Multi-Channel Network)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결합 미디어가 유튜브를 통해 등장하게 되는데, 이것이 네트워크화 한 버티컬 미디어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네트워크화 한 버티컬 미디어(Networked Vertical Media)를 연결된 개인들에 대응하기 위한 미디어 산업의 전략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쉽게 정의하자면 개인들의 다양하고 파편화된 관심사에 대응하기 위해 상향식으로 서로 다른 전문분야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결합시킨 미디어 형태이다. 개별 미디어들은 저마다의 주제와 관심을 다루며 다른 네트워크의 미디어에 의해 간섭받지 않고 독립적인 판단을 한다. 언론사의 보도국장이나 편집국장처럼 획일적인 기준이나 편집 방침의 지휘를 받지도 않는다. 다만 이들은 공통 자원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협업하면서 공동의 저널리즘,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는데 주력한다. 개별 미디어들은 네트워크화 한 개인들처럼 연결돼 있으면서도 단절된 점멸적 상태이기도 하다.

2단계 : 미디어의 네트워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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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화 한 버티컬 미디어는 과거 뉴스 미디어들 단일 미디어 브랜드 안에 여러 카테고리를 주제 영역으로 다룸으로써 빚어지는 전문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출현한 흐름이기도 하다. 틈새 영역의 느슨한 연결(네트워크화)이 하향식 주제 펼치기 방식보다 현재의 네트워크화 한 개인화에 대응하기에 효율적이라는 판단도 존재한다. 특정 브랜드의 오디언스 확장성의 한계도 네트워크화 한 버티컬 미디어는 넘어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복스 미디어 그룹의 사례에 주목해보자. 복스 미디어 그룹은 9개의 쪼개진 주제 영역을 느슨한 네트워크로 묶어 비즈니스로 성공한 사례에 해당한다. 복스를 대표 브랜드로, 테크놀로지 영역의 더버지, 폴리곤, 리코드, 스포츠 영역의 SBNation과 링거, 라이프스타일의 Eater, Racked, Curbed 등이 하나의 미디어 그룹으로 엮여있다. 개별 미디어들은 직접적으로 교류하진 않지만, 공통의 자원을 공유하며 개별의 성장성을 확보해간다. 바이스미디어, 그룹나인미디어 등도 이 형태와 다르지 않다. 버즈피드가 버즈피드 브랜드 미디어를 확장해가는 흐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직 국내에선 이러한 사례가 일반적이지 않지만, 메디아티가 투자한 버티컬 미디어들이 이러한 실험에 조금씩 나서고 있는 점은 주목해볼 만하다.

네트워크화 한 버티컬 미디어의 보편화

베릴 웰먼의 네트워크화 한 개인주의는 미디어 산업의 대응 방식이 앞으로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적잖은 인사이트를 제공해주고 있다. 대중이 개인으로 쪼개졌고, 이들 개인들이 연결된 단절이라는 모순적 상태로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미디어 산업은 이들 개인들의 속성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네트워크화 한 버티컬 미디어는 미디어 산업이 대처할 수 있는 유효한 결합 전략이면서 대안적인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지속성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변화한 흐름에 적합한 모델이라는 점은 현재로선 부인하긴 쉽지 않다.

참고 문헌

  • Davis, S. M. (1989). From “future perfect”: Mass customizing. Planning review, 17(2), 16-21.
  • Freund, R. (2008, June). Mass customization, personalization and contextualized multiple competencies. In 3rd International Conference on Mass Customization and Open Innovation (Vol. 3, No. 06). sn.
  • Gilmore, J. H., & Pine, B. J. (1997). The four faces of mass customization. Harvard business review, 75, 91-101.

관련 사례(2019년 3월19일 추가)

  • The Telegraph launches female sports vertical with four new staff(2019.3.18.)
    • 영국 텔레그래프가 여성 스포츠 면을 열었습니다. 독립적인 브랜드는 아니고요. 웹사이트에 women’s sports(https://bit.ly/2HEwBsM)를 개설하고 4명의 인원을 배치했습니다. 유럽에선 아틀래티코-바르셀로나 여성 축구 경기가 역대 최다 관중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합니다. 여성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빠른 속도로 증대되고 있는 흐름을 본 것입니다.
    • 대략적인 의도는 아래에 써있기 합니다. 수익의 기회가 놓여있다는 것. 뷰티 중심으로 여성 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조만간 해외에 국한되지 않고 국내에서도 서서히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예측은 그리 어렵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