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는 자신의 정치 철학을 설명하면서 항심이라는 개념을 썼다. 양혜왕장구(상)편에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항산은 생업, 먹고 사는 문제이고 항심은 도덕이나 윤리, 예의 등이다. 지금으로 따지면 민주주의도 항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무항산 무항심을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면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도 작동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최장집은 그의 저서 ‘민중에서 시민으로’에서 “한국 민주주의를 작동시키고 발전시키는 기초로서 사회적 시민권”을 언급한다. 사회적 시민권은 그의 표현대로라면 시민의 ‘사회경제적 삶’이다. 먹고 사는 문제다. 민주주의는 사회적 시민권이 보장될 때 작동하고, 민주주의의 결과로서 사회적 시민권이 획득된다. 사회경제적 조건은 민주주의의 전제이기도 하고 결과이기도 한 셈이다.

선거를 전후해 먹고 사는 문제보다 민주주의가 우선한다는 주장이 진보연하는 쪽에서 횡행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재래시장 아주머니가 특정 보수정당에 표를 찍는 것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일삼는 풍경도 잦았더랬다. 개별 민중을 비난하기에 앞서 그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들의 정책이,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가 어떤 기여를 했는지 먼저 따져볼 일이다. 내년 대선을 전후해 비슷한 목소리가 그들 중심으로 다시 등장할까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