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거의 1년만에 이 문제가 다시 한국사회의 핫이슈로 등장한 셈이네요.

저는 지난해 건설교통부를 출입하면서 분양원가공개를 요구하는 경실련의 주장을 많이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건설교통부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며 수용을 거부했죠. 대신 그 대안으로 분양가 원가연동제라는 어설픈 타협안을 내놓았습니다.

알다시피, 원가연동제는 판교의 땅값을 폭등 시키는데 톡톡히 한 역할을 했습니다. 분양가에 일종의 캡을 씌워놓고 분양에 나서면 일단 분양수요자들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실시됐죠. 하지만 여당과 건설교통부의 구상은 투기꾼들로부터 뒷통수를 맞게 됩니다. “판교 분양받으면 최소 얼마를 챙길 수 있다’는 이런 소문이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판교는 투기장화 됐습니다. 이 틈에서 분양가 원가공개 목소리가 다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분양원가가 공개되면 집값이 떨어질까요? 솔직히 전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분양원가 공개가 집값을 잡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설명해 보겠습니다.

분양원가공개란 말그대로 분양가의 세부내역 즉, 땅값, 건축비, 기타비용을 공개토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를 통해 건설업체가 얼마나 많은 폭리를 취하고 있는지를 폭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가격인하를 유도하자는 것이지요.

문제는 원가공개가 집값을 잡아주느냐입니다. (참고로 전 원가공개를 찬성합니다.) 폭리 수준이 드러난다고 해서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내릴까요? 시늉 정도는 할 것입니다. 얼마전 고가의 임대아파트를 분양했다가 정부로부터 지적받고 분양가 수준을 소폭 내린 업체가 있지요. 정말 소폭이었습니다. 그 뒤 이 업체는 무난하게 분양에 성공했습니다. 이윤율을 약간 떨어진 선에서 사태가 잘 무마된 것이죠.

바로 이 지점에 원가공개론의 한계가 내재돼 있습니다. 원가공개가 진행되면 건설업체들은 자정선언이니 하면서 호들갑을 떨며 분양가를 소폭 낮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엔? 다양한 회피 전략을 취하며 무력화 시킬 것이 분명합니다. 즉, 원가공개 자료에 다양한 비용요소를 투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원가공개 자료를 부풀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거죠. 그리곤 관행이라고 잡아 뗄 것이구요.

이 과정에서 건설업체가 공개한 원가공개자료를 믿지 못하겠다는 원성이 소비자들로부터 터져나올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가공개에 걸맞는 원가평가제가 병행 도입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건설업체의 말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물론 원가평가제가 도입되면 건설업체는 평가주체를 향해 엄청난 로비를 시도할 것이 명약관화합니다만)

또한, 원가가 공개되면 소비자들의 분양가 하락 요구가 빗발치게 되고 이를 거절한 업체는 대량 미분양사태를 맞으며 부도사태에 처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맞아떨어질 것이냐. 전 낙관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분양원가공개 비의무화 사업에 뛰어들어 땅값을 올려놓을 것이라고 봅니다. 정부나 국회는 분양원가공개 수준을 공공택지에 건축되는 모든 아파트의 원가를 공개하는 방안을 택할 수 있습니다.(최선의 경우) 그렇다면 건설업체는 공공택지 건설 사업을 대충 접고 재개발쪽에 올인할 확률이 높습니다. 아니면 여타 민간 주도 택지개발사업에 뛰어들어 다시 땅값 폭등을 부채질 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집값 폭등을 잡는데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전 세제개편을 통한 집값 안정대책을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죠. 보유세 강화 특히 불로소득의 환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