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뉴스 산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금융 분야에나 해당되는 기술이라며 도외시하기엔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해결하려는 문제도 또렷하다. 은근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현재 도출된 방식만으로 블록체인이 미디어 산업의 기반을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은 섣부르다. 허나 뉴스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경로가 열렸다는 측면에선 주목해볼 만한 움직임이다. 성공 여부와 관련없이 실험과 시도가 시작됐다는 징후만으로 뉴스 산업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징해보인다.

눈여겨 볼 시도는 브레이브 소프트웨어‘BAT‘(Basic Attention Token)다. BAT는 브레이브 소프트웨어가 고안한 가상화폐로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으로 개발됐다. 브레이브 소프트웨어는 언론사 홈페지에 등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혐오성 혹은 사기성 광고를 덜어내는데 관심을 기울인다. 애드 블로커로 사기성 광고는 얼마든지 억제할 수 있지만, 언론의 생명줄인 광고 생태계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브레이브 소프트웨어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사기성 광고를 걷어내면서 동시에 건강한 광고가 유통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구조를 짜고 있다. 쉽게 말해, 사기성 광고는 못 보게 하되, 사용자들이 관심을 쏟는 광고에는 튼튼한 보상을 해주겠다는 취지다.

BAT라는 단어에서 떠올릴 수 있듯, 브레이브 소프트웨어가 구상하는 보상방식은 주목(Attention)에 비례해 크기가 증대하는 모델이다. 좋은 광고는 사용자들의 주목을 끌기 마련이고, 주목이라는 비물질적 행위는 인간의 에너지와 관심을 상징하는 중요한 지표로서 상정할 수 있다. 주목의 시간을 측정해 이를 가상화폐로 정량화함으로써, 좋은 광고와 이 광고를 담고 있는 언론사 등에 수익을 보태보자는 것이다.

이 교환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이 관여한다. BAT는 광고 에이전시와 같은 중개자의 역할을 소거함으로써 사용자가 직접 광고주나 언론사에게 물적 보상을 돌려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이 설계대로 BAT가 활성화된다면 에이전시 등 중개자가 가져가는 수수료 몫은 큰폭으로 줄어들 수 있게 된다.

중개자의 대체와 블록체인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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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와 언론사 사이에는 적지 않은 중개자가 광고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광고주의 요구를 대리 집행하는 광고대행사가 있을 수 있고, 광고 효과를 측정하는 애드서버 솔루션도 개입하고 있다. 중개 행위자들이 늘어날수록 수수료의 크기는 증대되고 언론사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들 중개자들은 광고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광고의 효율적인 집행만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거래의 신뢰를 보증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광고주나 언론사나 이들 중개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광고를 또는 광고 공간을 판매하고 위탁한다. 중개자들의 개입이 그동안 공고하게 유지돼온 배경이다.

블록체인은 중개자가 수행한 신뢰 관리의 과정을 파괴한다. 중개자의 개입없이 사용자와 언론사, 언론사와 광고주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신뢰 매개의 혁명을 만들어가고 있다. 블록체인의 장점은 서로 알지 못하는 두 관계자를 고착된 신뢰 없이도 신뢰할 수 있게 만든다. 신뢰 없는 신뢰라는 모순적 표현이 블록체인을 통해 가능해진다. 소위 분산화된 장부(Distributed Ledger) 덕이다.

분산 장부는 “거래정보를 기록한 원장을 특정 기관의 중앙 서버가 아닌 P2P(Peer-to-Peer)네트워크에 분산하여 참가자가 공동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기술”이다. 신뢰를 매개하는 중개자들의 서버 속에서 장부의 기록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참여한 개인들 모두에게 장부의 거래 기록이 남겨짐으로써 교차 검증이 가능해졌다. 장부 거래 내역을 탈중심화함으로써 조작을 불가능(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신뢰 없는 신뢰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브레이브 브라우저와 애드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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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소프트웨어는 분산 장부에 더해 애드서버의 역할을 브라우저를 통해 대체했다. 이들이 개발한 브레이브라는 브라우저는 BAT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목의 수준을 측정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긴다. 이를 위해 BAM(Basic Attention Metrics)라는 산출 방법론도 개발했다.

BAM은 사용자가 광고에 직접적인 클릭 행위 등을 하기에 앞서 활성화된 브라우저의 탭 안에서 사용자가 머무른 시간과 광고에 주목한 범위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스코어에 합산한다. 향후에는 CPA 모델까지 개발해 브라우저에 탑재할 계획이다.

이 브라우저의 장점은 애드서버가 트래킹해 갔던 사용자 행위 데이터를 애드서버에 넘겨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온전히 사용자 데이터의 소유권은 사용자 자신이 갖는다. 사용자 입장에선 자신의 데이터가 외부 트래커에 의해 추적당하지 않아서 유익이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언론사의 웹사이트에 방문하게 되면, 광고 게시물에 숨겨진 트래킹 코드는 사용자 행위를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상품 광고 등을 추천해왔다.

브레이브의 브라우저는 이 트래킹 코드의 작동을 중단시키는 대신, 브라우저 내에서 맞춤 광고 추천 알고리즘을 가동한다. 여기서 생산된 사용자 데이터도 암호화된 채 사용자 개인의 소유로 남아있게 된다.

사용자는 광고에 보낸 주목을 BAM 공식에 따라 BAT라는 이더리움 기반의 가상화폐로 보상을 받게 된다. 당연히 이 BAT는 가치가 높은 광고를 생산하고 게시한 광고주나 언론사에 송금할 수 있다. 언론사는 중개자의 수수료 몫을 제하지 않고 온전하게 광고 게시에 따른 수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광고 산업에 미칠 가능성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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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소프트웨어의 창업자는 자바 스크립트라는 언어를 만든 브렌단 아이히(Brendan Eich)다. 모질라 프로젝트의 공동 창업자였고 모질라 재단의 CTO로도 근무한 실력자 가운데 실력자다. 지난 2014년 불미스런 스캔들에 휘말리며 모질라에서 퇴직한 뒤 브레이브를 창업하게 됐다.

자바스크립트의 창시자라는 이력에서 살필 수 있듯, 그의 능력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의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을 이뤄낼 수 있을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어쩌면 브레이브 소프트웨어의 BAT는 성공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게 오히려 의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언론 특히 광고 산업의 환경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주목하면서, 다양한 잠재력을 평가하는데 주력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이다.

브렌단 아이히의 도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브레이브라는 오픈소스 브라우저의 확산이 절대적이다. 혹은 그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다른 브라우저가 채택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중개자 없는 광고 생태계, 유익이 명확한 시나리오가 실제 언론사와 광고주들의 선택을 얻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도중에 고꾸라지는 것도 낯설지 않다.

다만, 광고 산업이 블록체인의 영향으로 재편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 그 가능성을 다양한 아이디로 파생시켜 현재의 열악한 국면을 극복할 수 있는 또다른 기회를 포착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의 몫은 충분히 평가받을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