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든 국민이 열망하는 새롭고 깨끗한 정치의 실현, 중산층과 서민이 잘사는 나라의 구현,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의 건설, 한반도 평화 통일을 지향한다.”

열린우리당 정강정책의 한 글구다. 중산층과 서민이 잘사는 나라의 구현…. 하지만 정작 중산층과 서민들은 열린우리당에 극도의 반감을 지니고 있다. 최근의 지지율 하락도 이들 중산층과 서민들이 외면한 탓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원인을 분석하기에 앞서 열린우리당이 자체 조사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먼저 살펴보자. 열린우리당이 최근 실시한 ‘정체성’ 관련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에 보다 더 ‘비서민적’인 정당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 어디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여론조사 질문에 응답자의 29.3%는 민주노동당, 24.3%는 한나라당으로 답변했다. 열린우리당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20.3%로 한나라당에 비해 4%나 낮았다.

오차범위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긴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순위 자체가 뒤집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열린우리당이 이들 세당 가운데 가장 비서민적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입증된 셈이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선 이 조사결과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결과 자체를 비공개에 붙이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이 사실 자체를 ‘충격적’으로 인식하는 그들의 사고다.

이미 밑바닥 서민들은 열린우리당을 반서민∙비서민 정당으로 지목해 왔던 터.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탁상머리 정치는 ‘현실과 인식의 괴리’를 체감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다시 말하면 현장정치는 도외시한 채 여의도에 틀어박혀 실용이니 개혁이니 논쟁만 벌이다 보니 밑바닥 민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깨닫지 못했다는 얘기다.

최근 몇가지 민생사안을 중심으로 검증해 보자. 먼저 부동산 정책이다. 재경위 소속으로 당내 경제통으로 평가받는 김종률 의원은 정부가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부과하려하자 대뜸 신중론부터 제기했다. 부동산 거래를 통해 돈을 많이 번 사람에게 실거래가로 과세하겠다는 가장 원칙적인 정책에 제동을 건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김 의원은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 유예를 주도했고, 종합부동산세 후퇴를 주도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반대 이유도 한결같았다. 건설경기 위축이 우려되고 시장왜곡 가능성이 있다는 것.

문제는 그가 강봉균 의원 등과 당내 경제정책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통 엘리트 관료 출신인 강 의원은 지난 3일 당정청 워크숍에서 “주택경기를 위축시키면서 단기적으로 내수경기를 회복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집값 올려서 경기를 부양하자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한데, 한마디로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을 포기하라는 말과도 다르지 않다. 또 김대중 정부의 정책실패 사례를 다시 본받으라는 말로도 풀이가 가능하다.

영세자영업자 구조조정 대책도 마찬가지다. 영세 자영업자의 확산에는 IMF 이후 단행된 대규모 구조조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영세 자영업자의

비정규직 대책은 더욱더 가관이다.

이처럼 서민들의 ‘바닥으로의 질주’가 지속되면서 중산층은 거의 붕괴된 상태다. 더 이상 열린우리당을 지지해 줄 중산층은 한국 사회에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김춘진 의원의 진단은 비교적 적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이날 워크숍에서 “우리당 지지층은 개혁성향을 가진 서민층이어야 하는데 부유층의 지지도가 높고, 서민층의 지지도는 낮다”고 소개한 뒤 “가진 자들은 더 많이 갖게 돼 개혁의 결과를 지지하는 것 같고, 서민층은 중산층에서 몰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지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참여정부는 복지정책을 중요시한다고 하지만 복지예산증가율이 과거보다 높지 않다”고 지적하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