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6일(일) 오후 3시 1차 퇴고를 마쳤습니다. 

더디다. 더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이 생태계로 진입해 그 영역에서 성과를 내고 위상을 찾아가는 속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 속도다. 탄탄한 인프라와 넘쳐나는 인재를 보유한 미국과 비교하면 더딘 건 분명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건이 열악한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사정을 감안하면 이 속도는 결코 느리지 않다.

이 글은 더디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만큼 평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고작 2~3년에 불과한 국내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생태계의 태동 시점을 감안하면 무리일 수도 있다. 2~3년 만에 버즈피드와 같은 수천억 대 매출을 자랑하는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이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기대 과잉이고 ‘오버’다. 잡초 무성한 자갈밭에서 2~3년 만에 풍년과 대작은 결코 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더디다고 평가할 생각이다. 그것이 2세대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의 등장을 촉진하고 그들의 성공 속도를 당기는 첩경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전에 없던 가치 창출을 위한 3가지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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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다루는 산업은 그야말로 격변기다. 디지털 기술의 파고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하고, 그 속에서 자취를 감춰가는 전통 수익모델의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매일매일 등장하는 수많은 경쟁사들, 그리고 뉴스 콘텐츠들과 차별 지점을 발견해내야 한다. 경쟁사는 예전보다 훨씬 늘었고, 수용자의 관심(Attention)을 독점적으로 얻어내기 위한 노력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졌다. 생산만 하면 소비되는 아름다웠던 과겨는 미래의 뉴스 미디어를 구상하는 이들에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회상과 추억이 미래를 개척하는데 걸림돌만 될 뿐이다.

격변기는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것을 이 생태계 새 행위자들에게 요구한다. 일상처럼 만들어내는 그저그런 뉴스, 정보로는 스스로를 차별화하기 어렵다. 누구나가 만들어낼 수 있는 뉴스와 정보 콘텐츠로는 지속할 수도, 바쁜 독자의 관심을 모으기도 어렵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쌓여가는 수많은 정보더미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조차도 어렵다. 즉, 가치를 만들어내는 모든 과정을 파괴하고 다시 정립하지 않으면 가치 창출의 숙제를 풀어내기란 요원할 뿐이다.

(나의 경험을 토대로 제시하면) 뉴스 산업에서 가치 창출을 할 수 있는 3가지 필수 요소는 기술, 비즈니스, 기업가정신이다. 어쩌면 결합돼있기도 분리돼있기도 한 이 요소들은 이 시장에서 새롭게 진입해 최소한의 성공을 일궈내고자 하는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들이 이젠 반드시 갖춰야 할 최소 요건이다. 물론 전제는 있다. 탁월하고 차별적인 뉴스 및 정보 콘텐츠를 제작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조건이다. 뛰어난 제작 역량이라는 레이어 위에 3가지 요소가 더해질 때 비로소 기대하는 규모의 성장의 달성해낼 수 있다. 이 가운데 기업가 정신은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을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내재화할 것을 감히 제안해보려고 한다.

저널리즘과 비즈니스라는 힘의 균형과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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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 언론사는 저널리즘과 비즈니스라는 골치 아픈 조합을 현명하게 조합하고 통합해야 할 과제를 안고 태어난다. 저널리즘이라는 윤리적, 도덕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돈을 벌어내야 한다. 저널리즘으로 당기는 구심력(주로 저널리스트들의 힘)과 비즈니스로 당기는 원심력(경영진들의 힘) 사이의 균형을 잃어버리면 그 언론사는 지속가능한 내일을 기약하기 어렵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도 이 제약 조건 하에서 행위의 보폭을 만들어갈 수 있다.(단 비영리 미디어 스타트업은 예외로 한다)

구심력과 원심력의 긴장도는 그 뉴스 미디어가 처한 사회적 조건에 따라 양상이 달라진다. 미디어 산업의 황금기일 때와 격변기일 때, 긴장도는 내부적 요인이 아니라 외부적 조건에 따라 변화를 겪게 되는 이치다. 다만 두 힘의 갈등이 깊어지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균형은 파괴되고, 지속성은 위협받게 된다. 기성 언론사의 위기는 두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과도기적 징후다.

두 힘의 긴장은 주로 디지털 뉴스 생태계에서 3가지의 갈등축을 형성했다. 저널리스트와 수용자, 저널리스트와 기술, 저널리스트와 비즈니스다. 저널리즘의 작동 조건과 비즈니스의 성장 조건이 충돌하면서 나타난 갈등의 선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화, 기술화라는 외부적 조건이 두 힘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건강한 긴장 관계가 돌연 갈등 국면으로 전환되게 된 것이다.

기성 언론사의 경우, 비즈니스 원심력이 지나치게 우위를 형성하면서 저널리즘으로 당기는 힘의 축이 상당 수준 약화됐다. 이 과정에서 둘의 힘 사이에 단절과 괴리가 발생했고, 3가지 갈등축은 교합하지 못하고 서로의 간극을 크게 벌려가고 있다. 저널리스트와 수용자의 괴리, 저널리스트와 기술의 괴리, 저널리스트와 비즈니스의 괴리는 갈등의 양상을 충분히 조율하지 못한, 리더십의 붕괴가 초래된 결과다. 나는 이를 제어의 실패,관리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반면 이 틈을 파고든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원심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뉴스와 콘텐츠의 힘을 과도하게 믿는 경향을 갖고 있지만, 이를 수익으로 전환해 사업적으로 성장시키려는 노력과 마인드는 턱없이 부족하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은 그 자체가 영리 기업이며 비즈니스의 부분 집함임에도 뉴스와 정보 콘텐츠의 힘과 차별성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장이 더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은 왜 기업가정신이 부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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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기회를 포착하며, 기술로 혁신을 달성하고, 성장을 위한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성태경, 2015). 다시 말해 이전에 존재하지 않는 가치를 발견하고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성장의 동력을 만들어가는 도전적인 태도와 능력 그것이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은 비즈니스 원심력의 힘을 조절하고 관장한다. 저널리스트가 뉴스를 저널리즘의 도덕적, 윤리적 결과물로 바라본다면, 기업가는 뉴스를 상품으로 접근하고 여기에 서비스를 통합해 가치를 만들어낸다. 저널리스트가 더 나은 뉴스와 콘텐츠 생산에 함몰돼 위험 감수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기업가는 뉴스와 정보 콘텐츠를 바탕으로 더 큰 확장을 위한 과감하고 혁신적인 의사결정을 망설임이 없다. 단, 기업가정신과 저널리즘은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서로 충돌해서는 안된다. 뉴스 기업의 특수성이라고 볼 수 있다.

적지 않은 수의 국내 기자들이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에 도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까닭은 그들이 기업가정신을 본능적으로 배척하려하기 때문이다. 저널리스트로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이들에게 저널리즘이라는 도덕적 당위와 기업가정신이라는 자본주의적 가치를 배합하기란 물과 기름을 섞는 작업만큼이나 어렵다. 그들은 뉴스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노리거나 창출하기보단, 그것을 생산하는데 따른 심리적 위안과 사회적 의미에 더 집착한다. 의사결정 또한 이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적어도 현재까지 기성 저널리스트들로만 구성된 뉴스 스타트업에 큰 기대를 가지지 않는 이유다. 기업가정신을 배척해온 오랜 관행과 관성은 그들이 새로운 미디어를 창업해 성장시키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뉴스 스타트업 창업과 인재 구성의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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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새로운 인재들에게 걸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에 대한 경험과 성숙도는 낮지만 ‘관성의 방해’에서 자유로워서다. 경험이 추동하고 관성이 제동하는 성장의 궤적보다 호기심과 가능성이 이끌고, 흡수력이 가속도는 내는 성장의 궤적이 더욱 아름답다는 건 그간의 경험에서 터특한 공식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현재까지 국내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도 여전히 이 질곡(기업가정신의 부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 창업팀의 구성이 이 질곡의 현실을 잘 드러낸다. 국내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의 다수는 초기 멤버들이 뉴스, 정보 콘텐츠 제작자로만 구성돼있다. 인재의 구성이 다양하지 않고 제작자 중심 조직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외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이 비교적 초기부터 다양한 능력의 인재를 끌어모아 창업하는 풍경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또한 창업자들은 기업가로서의 역량보다는 제작자로서 역량에 더 기울어져있다. 이로 인해 기업으로서 성장 전략을 고민하는데 자신들의 에너지를 상대적으로 덜 투입한다. 다만 희망적이라면, 기성 저널리스트들에 비해 기업가정신에 대한 거부 정도가 낮으며 학습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인재 구성의 획일성, 이 가운데 기업가정신을 갖춘 초기 창업 인재의 부재는 뉴스와 콘텐츠를 상품으로 이해하고 수익창출을 위한 가치로 전환하는데 더딘 행보를 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문제해결 과정으로 사업을 접근하고 가치 창출의 프로세스를 내재화하는데 여전히 느린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지금 국내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의 느린 성장 속도는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로는 기업가정신의 절대적 부재에서 비롯되는 경우다 가장 많다.

기업가적 정신과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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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경직된 리더십으로 훨씬 더딘 속도로 나아가고 있는 기성 미디어들보다 저널리즘 관성에서 자유롭고 레거시의 부담이 거의 없는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이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디지털 리더십의 절대적 빈곤 상태에 놓인 기성 미디어가 과감한 의사결정을 통해 뉴스 미디어 생태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확률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일부 2~3개 언론사에 국한된 예외적 경우에만 가능한 조건일 것이다.

경쟁 조건만 보자면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은 분명 유리한 환경을 맞고 있다. 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해 성장의 변곡점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인재 구성의 다양성을 모색해야 하고, 무엇보다 창업자 집단이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해야만 한다. 뉴스 미디어 창업가는 저널리스트만의 역할로 스스로 한정해서는 안되며, 뉴스와 정보 콘텐츠를 상품 삼아 비즈니스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 가치는 뉴스라는 상품과 수용자 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창출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기술적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창업가 자신이 기업가적 자질이 부족하다면 그 역할을 채워줄 인재를 찾아내야 하며, 그런 인재를 찾는데 노력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적어도 현재까지 국내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가 더딘 이유를 나는 기업가정신과 가치 창출을 위한 인재 구성의 다양성 부재에서 찾고 있는 쪽이다.

다음글 ‘뉴스 미디어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가 더딘 이유 – 보론’으로 이어집니다

참고 문헌

  • 성태경. (2015). 기업가정신 정책의 이론적 측면에 관한 소고. 벤처창업연구, 10(3), 1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