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사회조사방법 교과목의 내용은 거의 예외 없이 양적 방법 사용으로 채워진다.
통계적 방법 구사 능력은 한국 사회학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으며 그 중요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양적 방법의 지배가 사회 세계를 탐구하는 방법으로 양적 방법 자체의 우월성에 기인한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수량화한 자료와 통계 분석에 기초한 양적 방법으로 연구하는 것이 적절한 주제들이 사회 세계에 압도적으로 많다고 상정하기도 어렵다
영국 사회학의 경우 주요 사회학술지에 게재된 경험적 연구들 가운데 단지 8.6%만이 양적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된다.
한국 사회학의 대상 연구와 지식 주장 소통을 양적 방법과 수량화가 지배하고 있는 것은 자연적이거나 당연한 현상이 아니라 설명해야 할 사회적 현상이다.

  1. 사회‘과학’의 이상

1 경제학의 수학화 추세

배경적 요인으로 근대 서구 문명이 가진 수학에 대한 거의 무비판적인 강력한 경외감이 있다.(p.195)
통념적인 과학적 규범을 대부분의 사회과학자들도 복사하고 차용하여 수학적인 형식을 갖추는 것이 과학에 필수적이며 수학 공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과학에 더 접근한 것으로 생각했다.

2 사회학에서의 수학 위상

그(콩트)가 말하는 과학의 위계에서 수학은 모든 가능한 객체들에 확장되는 일반성을 갖는다.
사회학에서 양적 방법의 지배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 사회학이 제도적으로 확립했고 미국 사회과학의 헤게모니에 의해 다른 나라에 전파되었다.
사회학도 조사 연구와 통계 분석을 결합하여 가치, 규범, 사회통합 등에 관한 전국적인 규모의 그리고 군인들의 동기 및 사기에 관한 태도 조사에 참여했다.
(2차 대전 물리학과 자연과학 신화를 보며) 유력한 사회학자들은 사회학이 이러한 거대과학을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조사 연구와 통계분석을 사회를 연구하는 과학적 방법으로 내세웠다.

3 매카시즘의 영향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1940년대 후반 냉전의 맥락에서 등장하여 1950년대 중반까지 지속된 매카시즘의 마녀사냥이었다
양적 방법과 수량화의 사용은 그 자체로 사회과학의 과학적 특징을 입증할 뿐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을 제거함으로써 이데올로기적 공격도 회피할 수 있는 전략이 됐다.
로슨의 지적 “매카시주의자들이 가장 적대한 또는 두려워한 집단은 지식인들이었는데 수학 공식의 도출을 추구하면서 기술적인 것을 강조하는 수학화 기획은 상황에 사로잡혀 비판적이거나 반성적인 지향을 배제하고자 한 사회과학자들에게 분명히 매력적이었다.”

4 대기업 재단들의 연구비 지원

게다가 정부나 군대나 대기업 재단들의 선별적 연구비 지원도 사회학의 연구방법과 연구 주제에 영향을 미쳤다.
1940년대부터 1960년대 초까지 지배적인 정서는 사회과학이 자연과학의 2세 동반자라는 것이었다.
1950년대 중반에는 조사 연구와 변수분석의 모델을 따르는 연구 방법 교과서가 등장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사회학의 과학적 지위에 관한 논쟁을 소멸하였다.
1950년대부터 줄곧 미국 주류 사회학의 이론과 방법을 수입하여 한국 사회에 적용하는데 몰두해온 한국 사회학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1. 객관성과 신뢰 수량화와 양적 방법이 과학적 방법으로 등장한 것은 그것을 통해 생산된 숫자 정보가 정확성과 객관성을 담지하고 있는 기호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숫자는 개인의 주관성이나 편견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으며 세계를 공정하고 엄격하고 명확하게 기술할 수 있는 비개인적이고 중립적이고 보편적인 언어로 취급되어왔다(p.203). 숫자와 수량화를 사용하는 담론은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자동적이거나 기계적인 계산만을 담고 있다는 인상을 유발하고 신뢰와 권위를 부여받는다. 숫자는 과학 공동체 내부에서 동의를 형성하는 공통의 언어로 통용되고 과학 공동체 외부의 의심과 비판에 대응하는 유력한 방편으로 구실한다.

숫자는 객관적인가

숫자는 인간이 세게에 특정의 범주들을 적용하여 생산한다. 즉 일정하게 규격화된 측정 단위를 사용하여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제한된 수의 미리 정해진 범주들 속에 나눠넣는다. 객체의 특정 속성을 숫자로 표상하는 과정에서는 생산자의 목표, 의도, 선지식과 선입견 등이 범주의 창출, 숫자 구성 방법의 선택, 자료의 제시 등에 간섭한다(p.208).
숫자의 생산은 본래 정치적 행위이며 숫자의 생산에는 권력이 개입하고 ‘수의 정치’가 작동한다.

위험한 통계의 활용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이는 통계들만 원래의 맥락이 소거된 채 사용자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선별적으로 논쟁에 도입되는 것이다. 저널리즘의 경우, 통계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통계 원소를 모두 공개하고 개방하는 투명성의 원칙이 확립되고 있다. 하지만 학계는 디지털 공간의 활용이 미흡해 통계 인용의 맥락적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런 숫자들이 구조 방정식 등과 같은 복잡한 연산식과 결합하여 가공되면 그것의 기원을 의심하거나 점검하기는 더욱 어렵다.

◇ 연구 사례의 검토
검토할 사례는 사회 연결망 분석이라는 최신의 양적 방법을 사용하여 ‘한국 사회학 학문 공동체의 구조 변동’을 분석하는 연구이다.
이 연구가 수량화의 기초로 삼고 있는 자료는 사회학자의 학회 가입 시기에 관한 정보만을 담고 있다. (중략) 어떤 학자의 학회 가입 시기는 그가 해당 학회에서 어떤 활동을 어떻게 실행하는가에 관한 알려주는 것이 거의 없다(p.214).
그 숫자들은 난해한 기법의 교란 효과를 통해 취약하고 의심스러운 출처와 생산과정을 은폐하고 자동적으로 산출된 그러므로 그 자체로 그리고 본래부터 객관적인 사실로 둔갑한다. 다소 과도한 양적 방법 비판은 그것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는 의구심을 자아낼 수 있는 문장이다. 이 접근법의 가치와 한계를 논하는 것이 우선이지, 숫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방식을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자칫 질적방법론만이 진리에 이르는 최적의 방법이라는 강변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1. 시장과 수량화 자본주의 체제는 질을 양으로 환원한다. 무엇이든 시장의 상품화폐 관계에 포섭되는 순간 수량화되어야 하며 양으로 표현될 수 없는 질적인 것은 소거되고 금지된다(p. 217). 화폐의 크기를 표현하는 숫자는 사람들과 사물들을 대표하는 표지로 전화하며 그것을 다른 모든 속성을 소거하고 수량적 존재로 환원한다. 자본주의 시장은 개인들에게 상품 교환의 합리적 계산과 예측에 필요한 숫자 해독 능력과 수리적 숙련을 갖추도록 강제한다. 지능지수라는 분류 체계가 확립됨으로써 사람들은 인간의 매우 다면적이고 다층적인 정신적 능력을 오직 지능지수라는 단선적이고 서열적인 숫자에 입각해서 파악한다.

총평

양적 방법론이 지배적 주류가 되어서 문제인가 아니면 양적 방법론이 진리에 접근하고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문제인가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양적 방법론에 대한 비판의 그것의 지배적 위상과 권력에 대한 비판이면 생산적이지만 그것의 폄하로 비치는 순간 자칫 피해의식의 합리화로 흐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방법론의 다양화를 인정하는 학문 공동체의 질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되는 것이 생산적이지 않을까. 만약 이를 받아들지지 못하는 학문 공동체의 문화가 존재한다면 그것의 권력 방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또다른 도움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