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빠진 개념으로 전락한 ‘혁신‘이라는 키워드는 붙잡기도, 그렇다고 내려놓기도 어려운 계륵과 같은 대상이 돼버렸습니다. ’무엇을 위한’이 생략된 채 체계없이 진행된 이 개념에 대한 실행 방식은 혁신 피로감을 유발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질문과 그에 대한 목표 설정 없이 트렌드처럼 혁신을 담론화하면서 벌어진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혁신은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이 문장만큼은 확신을 갖고 전달해드릴 수 있습니다. 에릭 리스가 말하듯 혁신은 매니지먼트의 근본적 재구성입니다. 저도 처음에 이 말이 언뜻 이해가 안됐습니다. 하지만 적용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보면서 제대로 깨닫게 됐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혁신은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외부의 아이디어를 사내에 적용하는 접근법도 아닙니다. 그건 일회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혁신은 고객의 피드백을 생산 프로세스에 투영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리더십, 동기유발의 방식을 적용하는 일체의 과정을 의미합니다. 에릭 리스가 만들기-측정하기-학습하기라는 3단계 프레임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혁신은 아이디어 수혈이 아니다

image 출처 : https://medium.com/@rehmanali1477/difference-between-validated-learning-and-wastage-learning-a3a9df36a667

국내 미디어 스타트업이건 언론사건 혁신을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외적 수혈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그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구시스템 하에 고정된 상황에서 외부의 아이디어가 들어온다 한들 실행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습니다. 설령 이뤄진다 하더라도 지속화하기 어렵습니다.

혁신은 고객의 문제를 정확히 발견해서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그 근간을 지탱시켜주는 게 ‘유효학습'(validated learning)입니다. 모든 과정에서 뭐라도 배우는 것, 배운 것을 다시 생산 과정에 투입해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 이것이 린 스타일의 혁신입니다. 기왕이면 좀더 위험한 가정을 세워서 도전적으로 해결에 나서는 절차, (조직적) 시스템의 구축이 혁신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죠.

외부의 자문이나 강연을 듣기 전에 에릭 리스의 책 두 권을 읽어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특히나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위험한 도전에 나서려는 분들, 혹은 그 도전을 시작해야 하는 직무적 부담을 품고 있는 분들이라면 일단 읽고 적용해보려고 노력해볼 것을 추천합니다.

혁신은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획기적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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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트업처럼 혁신하라’ : 에릭 리스가 린 스타트업이라는 책을 쓴 이후 다양한 대규모 조직에서 적용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성 미디어, 기성 조직에 계신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린 스타트업을 먼저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본 개념과 방법론은 이 책에 대부분 소개돼 있습니다. 특히 전형적인 패턴과 린 스타트업 방식의 차이를 대형 기업의 적용 사례를 통해 비교해주고도 있습니다.

  • ‘린 스타트업’ : 미디어 스타트업이라면 이 책부터 읽기를 바랍니다. ‘스타트업처럼 혁신하라’에서 기술된 대규모 기업의 사례는 약간은 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어서입니다. 기본 개념을 익히고 업무 프로세스에 직접 활용해보는 것을 시작하면 좋습니다. 곁가지로 에시 모리아의 ‘린 스타트업’을 재미삼아 읽어볼 것도 권합니다. 여기서 활용하는 몇 가지 주요 툴(이를테면, ‘린 캔버스’, ‘해적 지표’)은 곧바로 적용해 보기 좋습니다. 고객 인터뷰 절차나 질문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 강조하지만 혁신은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젊은 인턴을 데려다 아이디어 뽑아내려고 애쓰는 조직은 근본적 혁신을 이뤄내기 어렵습니다. 해당 인턴이 회사를 떠나는 순간, 제작 방식은 원점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이미 회사 안에는 그 정도의 아이디어를 도출해낼 수 있는 다양하고 유능한 자원이 충분이 많습니다. 그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낼 수 있고 그것이 콘텐츠와 상품에 유기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