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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 코리아가 출범했습니다. 2월 28일. 기대와 우려가 함께 쏟아지고 있더군요. 고토사 벗님들은 어떠세요?

성공 요인이니 하는 분석틀은 Capcold님이 아주 잘 정리해둔 글 ‘허핑턴포스트’로 배우는 매체 전략: 한겨레 제휴 소식에 부쳐이 있으니 한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저는 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봤습니다.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이 허핑턴포스트를 끌어가게 되느냐, 그들은 어떤 커리어를 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은 놓쳐서는 안되는 요소라고 생각하거든요.

왜 사람이 중요하냐에 대해 조금더 설명하겠습니다. 조직 내에서 리더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주체입니다. 그들의 철학에 따라서 일의 우선순위가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허프 코리아 내에서 ‘어떤 외부 사이트를 수집(aggregating)해 배치할 것이냐’라는 문제가 부상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저널리즘적 가치에 주목하는 리더들은 ‘좀 덜 읽히더라도 명망가가 작성한 퀄리티 높은 포스트를 긁어와 품격을 유지하자’라고 제시할 것이고, 디지털적 가치에 주목하는 리더들은 ‘현재 가장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공유가 많이 되는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톱에 배치하자’고 제안할 것입니다. 두 선택지를 놓고 토론이 벌어진다면,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리더들은 어떤 의사결정을 하게 될까요? 그 리더의 과거 경험이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간단히 경력을 정리해 비교해봤습니다. 허핑턴포스트의 창업 멤버와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의 창간 멤버의 커리어 비교표입니다.

허핑턴포스트 미국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창업자 전직 출생연도 창업자 전직 출생연도
Ariana Huffington 보수 평론가 /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출마   권태선 한겨레신문 편집국장 / 논설위원  
Keneth Lerer AOL 임원 / AOL Time Warner 부회장   권복기 한겨레신문 디지털미디어국장  
Jonah Peretti MIT media Lab 졸업 / the R&D Lab at Eyebeam Media Center 디렉터 1974년 김도훈 씨네21 기자 / Geek 피처 에디터  
Andrew Breitbart 드러지리포트 에디터 1969년 손미나 KBS 아나운서 / 손미나컴퍼니 대표

한눈에 확인되는 사항은 디지털 DNA가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엔 부족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렇게 기계적으로 비교하는 게 별 의미는 없을 겁니다. 허프 코리아는 허프의 기술적 완결체(CMS 등)를 도입했기에 허프만큼의 디지털적 파고에 예민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널리즘의 질적 고양을 위한 인터페이스 변형은 전적으로 허프에 의존하고 있어 개발자 수요는 적을 수밖에 없고요.

다만, 리더들의 디지털 DNA는 향후 허프 코리아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장착돼있어야 할 필수 요소라고 저는 보는 편인데요. 창간 멤버의 리더들 면면을 보면 대다수가 전통 미디어의 오랜 경험에 익숙한 분들이라, 염려가 되기는 하는 편입니다. 대표이사 권태선, 편집인 손미나, 공동 편집장 권복기, 김도훈 이들 4명 가운데 디지털 DNA가 뼛속 깊이 각인된 분은 사실상 찾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권복기 공동 편집장이 한겨레 디지털미디어국장을 역임한 정도입니다.

반면, 허핑턴포스트의 창업 멤버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Ariana Huffington, Keneth Lerer. Jonah Peretti, Andrew Breitbart 가운데 2명이 디지털 분야에서 잔뼈가 굵거나(Keneth Lerer) 태생인(Peretti) 분들이죠. 왜 그들이 끊임 없이 SEO를 강조하는지, CMS 개선에 투자를 하는지, 댓글 시스템에 공을 들이는지, Social Share에 목숨을 거는지 등등을 이해하기 위해선 창업 멤버의 디지털 철학과 이해도가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허프 코리아의 Peretti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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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SEO와 소셜 유통 전략은 초기 허핑턴포스트가 빠른 속도로 확산돼 트래픽을 모으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그 중심에 Peretti가 있었습니다. Peretti는 ‘Viral’의 대가라고 감히 칭할 수 있을 정도로 콘텐트 확산 전략에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가 허핑턴포스트에 있으면서 사이드잡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바로 Buzzfeed였죠. Buzzfeed의 시작은 Buzzbot입니다.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였는데요, 매일매일 웹에서 가장 핫한 콘텐츠를 친구들에게 보내주는 기능이 있었다고 합니다. Peretti는 100개의 파트너 웹사이트를 스캔해서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공유를 많이 하는 콘텐츠를 걸러내는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이 노하우는 허핑턴포스트에도 적용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허핑턴포스트의 뉴스 Aggregating 시스템에 이런 분석 툴이 녹아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그 전략을 Peretti가 주도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허핑턴포스트는 지난해까지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공유되는 뉴스 사이트 1위에 늘 등극돼있었습니다. 올해 들어 순위가 바뀌기 시작했죠. Buzzfeed가 허핑턴포스트를 누르고 1위 자리로 올라선 거죠. Peretti라는 친구의 위력과 노하우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허프 코리아의 Peretti는 과연 누구일까가 궁금해집니다. 일단 창간 멤버에서 유사한 전략을 내놓을 분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허프 코리아가 한국에서 안착하기 위해서는 Peretti와 같은 역할을 해줄 누군가를 영입하거나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엔지니어 집단에서 뽑아내야 할 것이고요. 그의 노하우와 지혜를 리더들이 충분히 수용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허프 코리아의 Peretti는 미국과는 전혀 다른 디지털 환경을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페이스북뿐 아니라 뉴스 유통 채널로서 자리잡아가고 있는 국내 SNS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야 할 것입니다. 허프 코리아는 충분히 좋은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최고의 브랜드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내릴 수 있는 선택이라고 봅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염려의 지점이 등장합니다. 현재 창간 리더 다수가 엔지니어집단과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거나 협업한 경험이 많지 않아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자극제를 넘어 성공 사례가 되길

허프 코리아 창간 리더들은 이미 국내에선 최고의 필력과 인품, 인맥으로 이미 평가받은 분들입니다. 통찰력 높은 칼럼으로 높은 인지도를 확보한 최고의 저널리스트들입니다. 하지만 최고의 디지털리스트는 아닌 듯 보입니다. 결국 두 영역의 조화가 허프 코리아의 안착을 좌우하게 열쇠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희 판단입니다. 저널리즘과 디지털, 두 가치의 조화는 어떤 디지털 뉴스 조직을 운영하던 맞닥뜨려야 하는 난제 가운데 난제입니다.

허프 코리아가 ‘혁신의 지체’ 상황에 놓여있는 한국 뉴스 산업에 영양가 있는 자극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미 출범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시그널을 던진 셈입니다. 곧바로 성공을 향한 과제를 거침 없이 수행해야 압박에 놓이게 됐습니다. 그 핵심이 바로 사람입니다. 한국 언론이 디지털 전략에서 완패를 거듭한 배경에 사람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그 사례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현실을 지금도 목격하고 있습니다. 허프 코리아가 한국의 Peretti와 같은 훌륭한 인재를 빨리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모든 우려를 씻을 수 있도록…

여러 미디어 논평가들의 한 마디 모음

허프의 '0' 원고료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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