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오늘을 기점을 본격적인 파업 행보에 돌입했다. 예상했다시피 언론과 사측은 노조의 11년 연속파업을 빌미로 무차별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파업이 습관성이니 하면서 말이다. 과연 그들의 목소리는 합리적인가.

현대차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대략 4-5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기본급 10만 9181원(8.48%) 인상, 상여금 100%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배분, 실질임금 삭감없는 ‘주간연속 2교대제’

보수언론은 상여금 인상과 당기순이익의 30% 배분을 예로 들며, “귀족노조의 과도한 주장”이라고 몰아세운다. 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필자는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두 사항은 이미 몇년째 주장해 오고 있는 쟁점이다. 따라서 사측의 태도 변화에 따라서 적정한 선에서 타협이 가능하다.

올해 현대차의 성과를 보면서 얘기를 이어가자. 현대차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 122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9.5%나 늘었다. 삼성·LG 등 주요 그룹의 매출과 이익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과는 비교가 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상장사 기준)은 매출액이 5.7%, 영업이익이 31.3%나 증가했다. 그만큼 많이 벌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노조원들에 대한 배려는 그리 찾기 쉽지 않다. 매출액 기준으로 재계 1-2위를 다투는 국내 최대의 재벌이지만, 임금수준은 결코 국내 최고 수준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하나 들면, 울산에서 가장 연봉이 높은 직장은 SK 등 유화업체다. 이외에도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 보다 연봉이 높은 업체는 적지 않다. 거의 2배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현대차 사측은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에 매우 인색하다. 이번 경우만 따져보자. 16차례 계속된 노사 교섭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한번도 안을 내놓지 않았다. 물론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사측은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그때서야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한다. 물론 반드시 여론을 살핀다. 그리고 여론이 어느 편이냐에 따라 제시안의 수위를 조정한다. 거의 습관적이다. 따라서 노조는 사측의 제시안을 받아보기 위해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고, 사측도 이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결국 사측은 파업을 유도하고, 노조는 그에 맞춰 파업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누구 탓을 해야 할까. 노조 탓일까, 회사 탓일까.

노조 탓을 몰아붙이는 사람들은 통상 현대차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꼭 들먹인다. 돈 많이 받는 노동자가 무슨 파업이냐는 말이다. 물론 영세 중소업체 노동자와 비교하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실제로 뜯어보면 귀족 소리를 들을 만큼 높은 수준이 아니다.

얼마전 뜯어본 한 14년차 노동자의 급여명세표를 보면, 기본급은 120여만원 정도에 불과했다.(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이 보다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상여금(2005년 현재 600%)이 나오면 240만원. 여기에 각종 수당이 덧붙여진다. 물론 가장 큰 수당은 잔업수당이다. 토일요일 쉬지 않고 일해야만 연봉 3000만원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 그들의 노동량으로 따져볼때 결코 귀족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현대차 앨러배마 공장 노동자의 초봉은 3600만원 수준.(이들의 급여는 입사 직후 시간당 14달러22센트에서 6개월 근무 이후부터 조금씩 인상되며 토요일 근무는 1.5배, 일요일은 2배가 각각 지급된다.<헤럴드경제> 5월 14일자) 잔업 없이 하루 8시간만 근무해도 1년에 받는 연봉 수준이 이렇게 높은 것이다. 미국 앨러배마 노동자 1년차 보다 울산공장 14년차 노동자가 훨씬 적게 받는 셈이다.

그러나 차값은? 오히려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 더 싸다. 물론 물류비용 등을 디테일하게 계산해 봐야 직접 비교가 가능하겠지만, 국내에는 수만명의 현대차 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이 저가에 동일노동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현대차 파업은 사측의 무분별한 저가 노동 및 고착취 정책과 배려가 부족한 이익금의 배분 정책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노동자에 대한 전향적인 인식의 결핍 등이 지속적인 파업을 부르고 있다고 생각된다.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번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