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저널리즘 인터뷰 : 이성규 《사라진 독자를 찾아서》 저자

아래는 지난해 말 북저널리즘의 정기 뉴스레터용으로 인터뷰한 내용을 제 블로그에도 재게시합니다. 인터뷰한 시간이 제법 흘러서 지금쯤이면 기존 북저널리즘 뉴스레터 독자들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을 것 같아서 그렇게 판단을 했답니다. 이참에 제 예전 책에 관심을 더 가져주십사 부탁도 드려봅니다.^^

젊은 수용자들은 기성 미디어 대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이미지 중심의 SNS에서 뉴스를 접한다. 이런 소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문제를 수용자 탓으로 돌리면 해법을 낼 수 없다. 소비 패턴은 이용자가 겪고 있는 문제로 인한 선택의 결과다. 젊은 수용자들이 유튜브로 향한 것은 정보를 획득하기에 편리하고, 빠르고, 유익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기존 뉴스들은 어떤 해결책을 내야 하는지에 더 주목해야 한다. 소비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플랫폼의 변화를 유도하고 리터러시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수용자를 계몽하는 형태로 기존 미디어 소비를 강제하는 방식은 작동할 수 없다."

새로운 수용자를 위한 뉴스는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할까?

"수용자의 세대별, 지역별, 소득별로 맞는 형태가 다를 수 있다. 그런 패턴을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용자가 유튜브, SNS를 이용하니 그 플랫폼에서 뉴스를 제공한다고 풀릴 문제는 아니다. 신문 기사를 그대로 온라인에 올린다고, 방송 기사의 내러티브대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고 해서 소비자가 보는 것은 아니다. 각 수용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관측하고 이해해야 한다."

뉴스는 상품이 아닌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서비스로서의 뉴스를 만들기 위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상품으로서의 콘텐츠와 이용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결합되어야만 뉴스가 작동할 수 있다. 그래서 1차적으로는 콘텐츠가 신뢰할 만하다는 점을, 그리고 브랜드 가치를 증명해 내야 한다. 젊은 세대가 인플루언서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들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콘텐츠에 대한 신뢰를 얻고, 브랜드 가치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수용자에 대한 관찰과 분석이 필수다."

독자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독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공략하고자 하는 독자를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독자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오프라인에서 만나야 한다. 그다음에 계량적인 방법론으로 서베이를 해야 한다. 이때 어떤 질문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독자를 만나는 것은 좋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결국에는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보고,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하는 경험들이 하나로 묶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뉴스 수용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존 언론은 왜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는지도 궁금하다.

"충족시키려는 시도를 안 했다고 본다. 독자의 입맛을 맞추는 것을 평가 절하해서다. 독자는 자극적인 것을 쫓고, 낮은 품질의 콘텐츠를 선망한다는 전제를 깔고, 독자를 향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가치와 충돌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독자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아서 나온 고정관념이다. 수용자를 장기적으로 관찰해 보면, 이들이 꾸준히 읽고, 방문하고, 몰입하는 건 재미있으면서도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깊이 있는 정보다. 반면 단기적으로 보면 가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연예 기사를 많이 클릭할 수도 있다. 독자를 오래 들여다보지 않고 단기적인 페이지 뷰 결과만 보니 오해가 생겼다. 독자는 다양한 군상들의 네트워크이자 커뮤니티다."

펀딩을 수익 모델로 하는 스타트업도 그렇고, 북저널리즘도 독자와 커뮤니티를 형성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자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관리를 해야 한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커뮤니티 안에서 의견을 나누고 만나는 것이다. 한국 언론사들도 콘퍼런스 같은 오프라인 행사를 많이 주최한다. 그런데 기존 독자와 연결하고 확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독자와 무관하게 비즈니스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자신들이 확장하고자 하는 독자와의 연결 속에서 그런 행사가 열리면 기존 콘텐츠가 다시 소비될 수도 있고, 충성도도 높아질 것이다."

최근 국내 뉴미디어 업계에도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지속적인 수익을 내고, 성공할 수 있을까?

"변화하는 독자에 맞춰 적절한 수익 모델을 내놓고, 실패해 보기도 하는 실험이 이어지다 보면, 새로운 수익 모델이 생길 것이다. 수익 모델은 수용자라는 토양 위에서 발견하고, 실험하고, 최적화했을 때 작동한다. 미국에서 구독이 잘 통한다고 한국에서도 통하는 것은 아니다. 구독에 대한 지불 의사가 터져 나오는 지점이 다를 수 있다. 한국에서 구독 모델이 작동하려면 독자들이 정보 획득 측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포인트가 어디인지 맥을 짚고, 최적화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독자들이 언론사의 서비스와 콘텐츠를 구매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인가?

"구매하는 것이 콘텐츠가 될지, 서비스가 될지 아직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북저널리즘 콘텐츠에 돈을 내는 것은 콘텐츠에 대한 지불 의사 때문일 수도, 구독 경험을 구매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 자체만 구매하는 방식도 분명 존재할 것이고,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돈을 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결국에는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보고,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하는 경험들이 하나로 묶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콘텐츠 생산 과정의 투명성, 콘텐츠의 주장을 만든 근거의 투명성이 중요해질 것이다. 산업적 지형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최근 인상 깊게 본 국내외 미디어 스타트업의 시도를 소개해 달라.

"좁은 영역을 다루는 버티컬 미디어가 다른 미디어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를 주목하고 있다. 나는 이런 형태를 네트워크화된 버티컬 미디어라고 이야기한다. 복스(Vox)가 대표적인데, 최근에 이들이 인수한 레코드(Recode)에서 오픈 소스드(Open Sourced)라는 미디어를 론칭했다. 복스는 버티컬 미디어의 네트워크인데, 그중 하나였던 레코드가 다시 버티컬 미디어를 낸 것이다. 이런 식의 실험에 주목하고 있다. 작은 미디어 하나만으로는 규모 있는 성장과 성공 모델을 만들기 어렵지만, 여러 개가 엮이면 규모가 큰 성공이 가능하다."

기성 언론사의 새로운 시도 중 인상 깊었던 사례도 소개해 달라.

"좁은 타깃을 대상으로 하는 버티컬한 시도들이다. 중앙일보의 듣똑라와 폴인, 한겨레의 젠더 미디어 슬랩 등이다. 중앙일보의 데이터브루도 새로운 포맷을 실험하는 형태였다. 이런 시도가 주목할 만하다고 본다."

새해에는 미디어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달라질까?

"2019년에는 산업적인 변화보다 저널리즘의 변화가 컸다고 생각한다. 이 흐름이 계속 가면서 뉴스 미디어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콘텐츠의 가치를 어떻게 만들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산업의 흐름이 바뀌려면 콘텐츠가 신뢰할 만해야 하는데, 콘텐츠 생산 과정에 계속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윤리적 기준에 대한 문제가 터져 나오고, 전문가 코멘트나 데이터를 이용하는 기존의 취재 관행 등이 기본적인 신뢰를 의심받는 상황이다.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서도 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콘텐츠 생산 과정의 투명성, 콘텐츠의 주장을 만든 근거의 투명성이 중요해질 것이다. 산업적 지형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투명성은 신뢰를 만드는 조건이다. 지금 유튜브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10년 전 블로그에서 나타난 문제와 유사하다. 기존 언론의 객관적인 뉴스 대신, 블로거들이 가진 주장성과 오피니언 저널리즘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때 기성 언론이 지적했던 것도 아마추어 저널리즘, 오피니언 저널리즘의 한계였다.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지금까지 부유하고 있다. 이제 독자들은 뉴스가 어떤 방식으로 취재되었고, 코멘트할 전문가를 선정했는지 충분히 소명하지 않으면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반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의 투명성이 전제되면 주장이 과격하더라도 독자의 판단에 맡길 수 있다. 이제 투명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콘텐츠가 소비되기 어려워질 것이고, 이 부분을 해결한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다."

지금, 깊이 읽어야 할 것을 추천해 달라.

"미국 사회학자 마이클 셔드슨의 《뉴스의 발견》은 미국 뉴스의 역사를 통해 객관주의가 저널리즘의 중심 가치가 된 과정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1, 2차 세계 대전을 겪은 후 옐로 저널리즘과 프로파간다가 넘쳐나던 시기, 기자들이 자신의 직업적 차별성과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해 찾아낸 대안이 객관주의 저널리즘이었다. 이 과정을 읽으면, 지금 가짜 뉴스의 시대가 어떻게 변화할지 엿볼 수 있다. 지금은 객관주의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조차도 붕괴되어서 전문가도, 기자도 신뢰하지 않는 상황이다. 콘텐츠 생산자들이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가치와 윤리가 필요하다. 기자를 비롯한 콘텐츠 생산자들은 신뢰를 줄 수 있는 새로운 가치 체계를 만들면서 위기를 빠져나올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트러스트 프로젝트(The Trust Project)’는 투명성의 요건을 제시하고 이 조건을 구글 뉴스 검색 알고리즘에 반영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과 연결 지어 읽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