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교육연수원에서 개최된 콘퍼런스 가운데 ‘인공지능과 교육불평등’ 세션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인공지능 실체로서 알고리즘

인공지능을 이해하는데 있어 그것의 실체를 드러내는 작업은 긴요하다. 인공지능이라는 기표가 주는 위압감에 눌려 인공지능을 ‘만능지능‘으로 상정하는 우를 범할 수 있어서다. 최근의 인공지능은 딥러닝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실제 알고리즘 개발 현장에서는 인공지능이라는 표현보다 딥러닝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그리고 인공지능이라는 표현이 주는 신화적 요인들을 경계한다. 레이 커즈와일의 가정에서 파생된 가설에 불과한 기술적 특이점(Technical Singularity)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인식에도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내곤 한다.
CNN(합성곱 신경망), RNN(순환 신경망) 번역이나 음성 인식 분야에 주로 사용된다. 작곡을 시도했던 구글의 마젠타 프로젝트는 이 RNN 알고리즘으로 구현됐다.
, 강화학습 등으로 분화하고 있는 딥러닝은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집합이다. 알고리즘은 논리와 통제의 결합이다(이재현, 2013, p.23). 알고리즘 속에는 인간이 구성한 논리의 구조가 코드화돼 녹아있고 그 속에는 효율 등을 위한 통제의 규칙이 담겨 있다. 인공지능은 딥러닝 알고리즘이며 그 안에는 통제를 코드화한 인간의 설계와 기획이 담겨 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딥러닝 알고리즘은 여전히 불완전하며 학습 데이터(training set)의 정제도에 따라 오버피팅(overfitting) 문제도 발생한다(Torres, J., 2016, p.158).
결과적으로 알고리즘이라는 실체로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기획이고 구상이며 여전히 난해한 문제들에 봉착해있을 만큼 개선의 여지가 크다. 이를 반영하듯, 딥러닝을 창안해 인공지능의 ‘혹한기’를 극복한 제프리 힌튼 교수는 “AI 분야에서 5년 후를 넘는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커즈와일이 그렇게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일반 교육 분야든 기술 분야든 인공지능에 대한 가설 수준에 불과한 담론을 전제로 미래 정책을 구상하는데 신중해야 한다. 알고리즘 원리와 그것으로 비롯되는 알고리즘 권력,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기술이 교육불평등을 확대하지 않으려면 / 사회적 구성물로서 알고리즘과 교육

알고리즘은 그 자체가 복잡한 수학적 연산식으로 표현된다. 연산식이라는 블랙박스의 뚜껑을 열고 해체하면 인간의 사유와 욕망이 투영된 비물질적 코드만 남는다. 이러한 알고리즘이 수십 수백의 조합으로 결합돼있는 형태가 우리가 만나는 인공지능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알고리즘은 인간의 욕망에 기반해 설계된 기술적 인공물이다. 설계자가 어떤 욕망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지 알고리즘에 온전하게 투영돼있다. 따라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인간의 설계 의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개발되고 변형될 수 있다.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로봇은 풀이하자면 비용을 줄여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는 알고리즘 설계자의 기획이 담긴 객체다. 이 지점에서 교육의 역할이 개입된다. 인공지능에 의한 인간 일자리의 대체, 그로 인해 발생할 부의 불평등 문제는 기술이 발산한 문제가 아니다. 이를 기획한 인간의 의식과 사회적 구조가 추동한 결과다. 기술은 사회적 구성물이라는 속성을 지니기에 주어진 것도, 변경 불가한 대상도 아니다.

시장 중심적 논의와 대응 방안 – 민주주의 교육

알고리즘의 결과가 어떠한 모습이건 사라지는 일자리가 창출되는 일자리에 비해 많을 것이라는 전망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것이 인간에게 유익한 방향, 존엄적 소득 보장과 노동 시간의 단축으로 이어지려면 기본소득 아이디어의 도입은 수용이 절실해 보이기도 한다. 기본소득은 진영에 관계없이 지지를 받고 있지만 실현에는 여러 걸림돌이 놓여있다. 무엇보다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소득을 무임승차하듯 제공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전반적으로 인공지능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담론을 보면 한 가지 특징이 드러난다. 시장-국가-사회(시민, 공동체)의 구도에서 국가와의 관계 측면을 배제한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자리 감소에 대한 위기 신호는 명징해지고 있으나 이를 대비하기 위한 논의의 핵심 축으로서 국가와 민주주의 제도라는 완충 도구를 논의의 틀로 끌어들이지 않고 있다는 허점이 존재한다. 기술결정론에 흡인되는 경향성이 높을수록 이 논의는 후순위로 밀려가는 모습을 보인다. 학생들에게 사회적 위기 국면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민주주의와 국가 혹은 제도(규제)의 역할에 대한 이해와 인식은 중요하다.

기술이 교육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으려면 / 협력적 관계로서 기술설계 – 철학 교육

기술의 구성주의적 관점에서 교육은 윤리적이고 인류애적인 기술이 설계되고 기획될 수 범위를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 협업형 로봇(Collaborative Robot)
과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는 리씽크 로보틱스의 로드니 브룩스처럼, 인간과 사물의 협력적 공존을 가능케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은 전적으로 인간의 철학과 사유에 의해 규정된다. 교육은 인간과 공존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술적 인공물을 구상하고 사고할 수 있는 철학적, 윤리적 체계의 생산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 기술 그 자체의 교육과 함께 기술을 어떻게 관점에서 접근하고 그 효과를 어떻게 예상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들을 던질 수 있는 교육 코스가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기술의 보조를 받는 아이디어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에 대한 학생 간 격차는 개별 교사의 노력으로는 쉽게 해소될 수 없는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개별 학생들의 교과 취약 분야를 잡아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과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돼왔던 사안이다. 인공지능의 기반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머신러닝은 교사의 숙원과도 같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국내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이 속속 도입하는 이 기반 기술로 개별 학생들의 ‘취약 영역 발견-추가 학습 정보 제공-학습 경로 제안‘을 제안할 수 있다. 교사-학생-기술이 협력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상상은 결국 현장 교육 당사자들의 경험 속에서만 설계될 수 있다.

교육 기회의 평등 자원과 커먼스

교육 기회의 동등한 제공을 위해 신하영 박사가 제안하는 OER은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진지하게 검토돼야 한다. 다만 그것이 물질적 보상이라는 시장 교환체계에서 작동하는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발제문에서 언급되고 있는 코세라나 유데미는 이윤의 축적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교육의 불평등 해소에는 제한적 역할만 가능하다. 바웬스(Kostakis & Bauwens, 2014, p.41-42) 등은 공유자들이 사용가치를 직접 창조하고 공유하는 동안 자본 소유자들에 의해 교환가치가 실현되는 플랫폼을 ‘네트위계적 자본주의’라 칭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비시장적 영역에서 지속적인 지식 생산 구조가 구축돼야 한다. 위키피디아나 루미오 등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같은 커먼스 기반의 동료생산 방식이 창조해낸 창조적 커먼스 http://www.bloter.net/archives/241128
에서 교육의 새로운 롤모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맞춤형 교육 알고리즘은 특정 에듀테크 스타트업의 수익 최적화를 위해 동원될 뿐으로 궁극적으로는 사교육을 조장해 교육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을 개연성이 높다.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격차를 현장의 경험 속에서 해결하기 위한 보조적 기술로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문제는 교구의 활용이라는 맥락에선 기술의 과잉 사용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이 또다른 격차와 불평등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창조적 커먼스의 영역에 남아있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교육자들의 인식 전환을 수반하는 과정이다. 교육 행위자들의 인식 전환에 바탕해 교육 현장이 ‘OER+오픈소스’의 중심 거점이 될 수 있다면 교육불평등 해소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해본다.
서로 다른 학생들의 이해와 격차를 개별 교사 한 명이 해결하기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어렵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학생들은 교사와의 더 많은 맞춤형 인터렉션을 원하지만 교사는 기대만큼 제공하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끝으로 사회적 불평등 해소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육 불평등이 완전하게 소거될 것을 기대하기란 무리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은 교육 불평등의 해소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는 보조제이지 그것의 대체제로서 과잉 상상한다면 기술결정론에 빠진 접근법일 가능성이 높다. 딥러닝의 장점은 복잡한 연산체계로 대상을 잘 구분(Clustering, Classification)하는 것이지,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참고 문헌

  • 이재현. (2013). 디지털 문화. 커뮤니케이션북스.
  • Kostakis, V., & Bauwens, M. (2014). Network society and future scenarios for a collaborative economy. Palgrave Macmillan.
  • Torres, J. (2016). first contact with tensorflow. 박해선 옮김.(2016). 텐서플로 첫걸음. 한빛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