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제가 모 방송 프로그램의 자문 활동을 하면서 몇 달 전에 보내드렸던 짤막한 자문서였습니다. 최근 백신에 대한 보도들 중에 우려할 만한 건들이 보여서 그 자문서를 다시 들춰봤습니다.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말이죠.


반드시 살펴야 할 사례로서 영국 MMR과 언론 보도

1998년입니다. Andrew Wakefield라는 연구자가 Lancet에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죠. MMR 백신과 자폐증 발생의 연관성을 담은 이 논문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영국 내 안티백신 운동의 확산을 초래했습니다. 2004년 이 논문은 이해충돌의 문제로 게재 취소가 됐지만, 안티백신에 대한 영국 시민들의 인식이 제자리를 찾는 데까지는 20년이나 걸렸습니다. 이 20년은 백신 접종률이 논문 발표 이전까지 회복하는데 걸린 시간이라고 합니다.

1998년 당시 영국 언론들은 이 논문 내용의 확산에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Christopher Clarke의 연구를 보면, 1998년~2006년 사이 영국 언론의 60%, 미국 언론의 49%가 ‘관련성이 있다’와 ‘관련성이 없다'는 관점을 균형 있게 배분했지만, 나머지는 한 가지의 관점만을 보도했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당연히 관련성이 있다는 위험한 관점을 전파했을 겁니다.

“Between 1998 and 2006, 60 percent of vaccine-autism articles in British newspapers, and 49 percent in American papers, were “balanced,” in the sense that they either mentioned both pro-link and anti-link perspectives, or neither perspective, according to a 2008 study by Christopher Clarke at Cornell University. The remainder—40 percent in the British press and 51 percent in the American press—mentioned only one perspective or the other, but British journalists were more likely to focus on pro-link claims and the Americans were more likely to focus on anti-link claims.”(by Columbia Journalism Review)

나름 이러한 균형 보도의 존재에도 나머지 40%에 해당하는 결과물들이 예방접종율의 현저한 하락이 기여하게 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백신 부정적 보도와 언론보도

국내에서도 유사한 연구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유석조 등(2010)은 신종 인플루엔자와 이에 대한 부정적 언론보도의 관계 분석을 통해 그것이 예방 접종에 대한 의도 감소로 이어졌음을 증명한 바가 있습니다.

“백신 접종의 부작용에 대한 부정적 보도 기사들은 신종 인플루엔자에 대한 사람들의 예방 접종 의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지각된 심각성이 낮고 지각된 이익이 낮은 사람들의 경우 예방 접종을 하고자 하는 의도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현재 언론보도에 대한 평가

나름 권위 있는 논문에 의존한 안티백신 보도, 그리고 50~60% 내외의 기계적 균형을 갖춘 보도에도 MMR 백신은 십 수 년간 외면을 받아야만 했습니다.(접종률의 하락) 이로 인해 사망한 아동들의 수는 상당했을 겁니다. 하지만 국내 언론보도는 이러한 최소의 균형을 언급하기는 커녕, 심지어 인과관계에 대한 근거를 찾기 위해 노력하기는 커녕, 백신의 위험성에 대한 보도를 검증 없이 트래픽 모으기에 동원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미칠 공공적 위해와 위험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습니다.

이미 국내는 안아키와 같은 안예모와 같은 안티백신 커뮤니티가 적극적으로 부모들을 현혹했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당시 활동했던 일부 의사들은 유튜브로 넘어와서 다시 활동을 재개할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감 백신에 대한 무분별한 공포적 보도는 결국 이들 안티백신 활동가들의 활동 반경을 넓혀주고 그들의 활개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에 무척이나 위험합니다. 특히 일부 언론의 보도를 근거로 유튜브 등에서 안티백신 운동이 다시금 재개된다면 이는 공공의료 분야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에 매우 유의해야만 합니다.

참고할 보도 윤리와 원칙

  • 명확성과 솔직한 보도 : 버즈피드의 misinformation 전문가인 Craig Silverman은 안티백신 운동에 대응하는 저널리스트의 태도는 백신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경미하다는 관점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합니다. 특히 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야 하는데 예를 들면, 백신으로 인한 위험의 경미함을 일상에서의 삶의 방식과 비교하는 것, 이를테면 오토바이를 타는 것과 같이 쉽게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기본 중의 기본으로서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혼동하지 않기
  • ‘증폭의 산소’에 대한 경계 : Vish Viswanath 하버드대 교수(헬스 커뮤니케이션)는 “안티백신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게 타당성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그리고 잘못된 정보를 반복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그들 목소리가 증폭되도록 산소를 고갈시키는 것이 가장 좋은 전술”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현재 국내 언론사들의 독감 백신에 대한 보도는 보관에 따른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독감 백신 부작용에 대한 광범위한 신뢰 문제로 확장되고 있기에, 안티백신 진영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우려가 상당합니다. 기자 스스로 자신들의 보도가 자칫 쪼그라든 안티백신운동 목소리에 증폭의 산소를 제공하는 건 아닌지 성찰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의료 전문가의 견해에 더 힘 실어주기

참고 문헌

  • 김종현. (2007). 안티백신운동의 최근 동향 및 대처. Pediatric Infection and Vaccine, 14(1), 37-42.
  • 유석조, 정현주, & 박현순. (2010). 신종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의도에 대한 영향요인들 및 백신 부작용 보도의 영향 분석 건강신념모델과 계획된 행동 이론 간 비교. 한국광고홍보학보, 12(3), 283-319.
  • Hussain, A., Ali, S., Ahmed, M., & Hussain, S. (2018). The anti-vaccination movement: a regression in modern medicine. Cureus, 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