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적 본인확인제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와 대안입니다. 많은 분들과 토론하지 못했고 또한 가능 여부에 대해서도 확신을 가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개인적 의견을 정리한 것일 뿐입니다.

제가 생각한 안은 제한적 본인확인제 대신 댓글 및 게시물 필터링 시스템 의무 적용제입니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정보통신망의 이용을 촉진하고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함과 아울러 정보통신망을 건전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국민생활의 향상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정보통신망법의 한 조항입니다. 건전하고 안전하게 정보통신망을 이용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제시된 수단인 것이죠.

이 본인확인제가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한적 본인 확인제는 인터넷 상에서 언어폭력,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및 개인정보 유출 등 나쁜 영향을 미치는 악성 댓글 및 의견글 달기를 막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 실시하였다."

본인확인제 취지는 악성 댓글 퇴출과 주민번호 유출 방지

네티즌이 올린 인터넷 악플로 인해 자살 등 사회적 부작용이 심화하면서 이에 대처하기 위해 국회가 내놓은 대안인 것입니다. 특히 연예인들과 공인들이 인터넷 악플의 대상이 되면서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옥션 사건으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취지 자체의 정당성에 꼬리표를 다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생각이 다른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먼저 제 의견을 내세우기에 앞서 현재 망법상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근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망법 제23조의2는 다음과 같이 적시하고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 외의 회원가입 방법) 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 제공하는 정보통신서비스의 유형별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이용자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회원으로 가입할 경우에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아니하고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해당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는 회원가입 방법을 따로 제공하여 이용자가 회원가입 방법을 선택하게 할 수 있다.
[본조신설 2008.6.13]

현행 법상으로 인터넷 사업자는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입 단계에서 주민등록을 사용하지 않고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사용자의 인식에는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하지 않고 가입할 수 있는 국내 대형 인터넷 서비스의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런데 본인확인제를 규정하고 있는 제44조 5를 보면 다소 모순적인 내용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제44조의5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게시판을 설치ㆍ운영하려면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이하 "본인확인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제3항에 따른 공기업ㆍ준정부기관 및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ㆍ지방공단(이하 "공공기관등"이라 한다)
  2.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 제공하는 정보통신서비스의 유형별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이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되는 자
    ② 방송통신위원회는 제1항 제2호에 따른 기준에 해당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본인확인조치를 하지 아니하면 본인확인조치를 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③ 정부는 제1항에 따른 본인 확인을 위하여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④ 공공기관등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제1항에 따른 본인확인조치를 한 경우에는 이용자의 명의가 제3자에 의하여 부정사용됨에 따라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전문개정 2008.6.13]본인확인제=주민번호 확인제, 사용자 탓 말아야

본인의 실명 확인 절차를 밟는 걸 의무화하면서 실명 확인을 위해 주민번호의 제공을 불가피하기 만들고 있습니다. 단, 인터넷 사업자가 직접 개인정보를 수집하지는 않지만 본인 확인을 위해 어딘가(제3자 혹은 한신평과 같은 준공공기관)에게는 나의 주민번호를 보내줘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법에서도 명시돼있다시피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아니하고도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은 제공되고 있습니다. 포털에선 ▲휴대전화 인증 ▲유선전화 인증 등의 부가적 실명 확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본인 확인제 대상인 언론사들도 아이핀 인증 등 비주민번호 인증 방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의 인식엔 ‘본인 확인제=주민번호 제공‘으로 각인돼왔습니다. 왜냐하면 주민번호 인증 방식을 대다수의 디폴트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타 방식의 경우 아직 사용자들이 낯설어하거나 활용하지는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주민번호 확인제로 인식하는 사용자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대안은 기술 친화적이어야 한다

그간 제가 생각해온 방식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전제는 기술 혁신에 기여해야 하고 사업자들에게나 사용자들에게 규제로 인식되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침체 국면을 걷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 소셜미디어 Digg.com이 있습니다. 댓글 필터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digg undigg 버튼을 비롯해서 ▲hide profinaty, 다양한 댓글 Sorting 기능, 쓰레드 감춤 기능 등 악플성 댓글을 노출하지 않기 위한 다양한 변수들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콘텐트 필터링을 위한 추천 알고리즘(추천 엔진 포함)도 상당히 정교하게 구축해뒀습니다. ‘문제적’ 콘텐트를 걸러내기 위한 오랜 노력과 노하우가 현재의 Digg을 안전한 소셜미디어로 탄생시키는데 기여를 한 것이죠.

얼마전 야후(글로벌판)도 댓글을 다시 전면 허용했습니다. 야후는 3년 전 댓글이 건전한 토론장으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 일부 기사에만 댓글을 쓸 수 있도록 해왔습니다. 하지만 사이트 침체 등의 고민이 이어지고, 쌍방향 소통을 요구하는 사용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다시 전면 허용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야후는 이날 댓글 전면 허용을 발표하면서 (digg의 댓글 필터링 시스템을 넘어서지는 못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강력한 필터링 툴을 채택했습니다. 미국처럼 인종차별적이고 명예훼손성 댓글에 예민한 문화임에도 댓글은 이제 대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참고로 뉴욕타임스와 같은 유력 언론사들도 댓글을 선별적으로 게시할 수 있도록 하면서 댓글 승인제로 ‘수동 필터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본인 확인제를 댓글 필터링 시스템 의무 적용제로 대체하자

저의 제안은 대통령령이 정한 이용자수(모호한 규정 말고 순방문자수 기준 등으로 바뀌어야 할 듯합니다) 10만 이상 인터넷 서비스에 고도화된 댓글 필터링 시스템을 의무 적용하는 방안으로 변경했으면 한다는 내용입니다.

현재 검색의 랭킹 알고리즘을 활용한 콘텐트 필터링 기술, 소셜 미디어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한 콘텐트 필터링 기술, 이메일의 스팸 필터링 기술, 초보적 수준의 댓글 필터링 기술 등 다양한 필터링 기술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소셜 검색 알고리즘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죠.

이러한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면서도 정보통신망법과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취지를 담을 수 있는 방법론으로 ‘댓글 필터 의무 적용제‘는 의미가 있을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댓글 필터링 기술을 개발할 여력이 되지 않는 중소 서비스 업체를 고려해 ETRI와 같은 정부 투출자 연구기관이 기술 개발을 일정 부분 담당해 이전해주는 방안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입니다.

의무 적용될 댓글 필터링 시스템은 반드시 고도화된 기술이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 포털에 적용되는 게시물 및 댓글 필터링 시스템은 악플을 꾸준하기 관리하기엔 여전히 미약하며 발전시켜나갈 여지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시행령 등에서 ‘악플이 1시간 이상 노출되지 않을 정도의 정화 기술’이라고 명시해두면 댓글 및 게시물 필터링 기술의 혁신을 견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가 표준 댓글 필터링 기술의 하한선을 제시하고 ETRI가 이를 개발, 제시하는 방향이 되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또한 사용자의 댓글 히스토리 공개를 의무화함으로써 악플을 지속적으로 쓰는 사람을 집단 지성 등에 의해 자동 퇴출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중소 서비스 위해 ETRI의 필터링 기술 이전도 검토

이는 우선 기술친화적인 방안이라는 장점이 있는 동시 국내의 필터링 기술을 제고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어느 나라보다 인터넷 댓글이 활성화된 점을 고려할 때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하고요. 이렇게 적용된 기술은 댓글의 소셜네트워크화(필터링을 위한)를 가능케함으로써 신규 서비스의 등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일단 저는 여기서 무모한 상상과 제안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댓글 필터링 시스템에 어떤 변수들이 강제돼야 하는지는 아무래도 기술적 지식에 해박한 분들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궁극적으로 말씀드리려는 건 망법의 취지와 배경을 충분히 고려해서 국내 서비스의 기술 혁신과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대안이라 아니라 혁신시킬 수 있는 방법론으로 본인확인제는 개정 또는 대체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의미있는 아이디어인지 아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개인적인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해봅니다.


당시의 댓글

김중태 2010/03/10 08:44
본인확인제가 네티즌 악플 때문에 정부에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출발점부터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본인확인제는 기술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악플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기술적인 필터링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는 철학과 문화수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악플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댓글다는 사람에게 비용을 부과하는 방법입니다. IT기술의 발달로 너무 싼 비용이 네티즌의 참여와 공유를 이끌었지만 반대로 악플도 덤으로 가져온 것이죠. 비용부과도 전면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만 악플을 많이 줄이는데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물론 선플도 줄겠지만 악플에 비하면 주는 비율이 적을 겁니다.

몽양부활 2010/03/11 14:03
애초 도입 취지는 악플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인 듯한데요. 네 이건 이미 정치적 이슈의 부산물이라고 봅니다.

댓글에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이라면? 혹시 어떤 비용을 의미하는지요? 금정적 비용을 요구하는 형태라면 댓글이 가진 순기능을 크게 저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지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중태 2010/03/12 09:38
금전적 비용 포함하여 시간, 노동, 심리적 비용 포함한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악플러는 이런 비용이 대부분 0원이라 소수가 여기저기 싸지르는 것이거든요.

예를 들어 금전적 비용부과는 특수 조건의 사이트에 스팸 달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끼리 단합이 잘 되는 곳이라면 스팸 달리는 것을 막기 위해 천원을 주고 댓글사용권을 구입한 회원이 댓글당 10원을 차감해 100개의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천원은 구호단체에 헌금할 수 있고요. 남도 돕고 스팸도 막고 꼭 필요한 댓글을 달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죠. 댓글도 돈 내고 다는 것이 이상해보일 수 있지만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사이트라면 수질유지를 위해 기꺼이 그렇게 할 사람이 많다고 봅니다.

공개 사이트나 익명을 지원하는 사이트라면 이메일 인증이나 휴대폰인증을 이용해 노동 심적 비용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즉 댓글을 달려고 하면 이메일(SMS는 서버관리측의 비용 부담이 커서 특수한 경우만 사용)로 인증번호를 보내고, 댓글마지막에 인증번호를 입력해야만 댓글이 달리도록 한다면 꼭 그 글에 댓글을 달고 싶은 사람이 약간의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댓글을 달게 될 겁니다. 싸지르는 댓글이 아닌 정말 달고 싶은 댓글을 달도록 유도할 때 쓸 수 있는 방법이죠. 이메일은 저장하지 않고 단지 인증과정을 추가하는 용도로만 사용하므로 익명성도 보장할 수 있고요.

기타 사이트 특성에 따라 다양한 비용 부과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비용 부과는 댓글 참여를 막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이트에 따라서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참여를 이끄는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악플 때문에 더 많은 긍정적 사람이 댓글 참여를 포기하거나 사이트를 떠나는 경우도 있거든요.

정혜승 2010/03/16 10:25
'악플이 1시간 이상 노출되지 않는' 방식에서 '악플'의 기준이 모호해요. 예컨대 개O끼,O색휘, 욕설없는 비방 등은 어떻게 거르죠? 어떤 욕설은 악플이고, 어떤건 아니고. 점잖은 말로 독설을 퍼붓는 건 악플이 아닌가요?

결국 사전검열보단 사후 Notice&takedown 이 인터넷에 맞을듯요. 댓글도 신고후처리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 맞지 않을까 싶슴다. 본인확인제는 악플 감소라는 도입 목적을 달성 못했단 보고서가 방통위에 제출됐죠 http://bit.ly/dCSFaj 그래서 악플 감소 대책이란게..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단 거구요. EU가 수년간 수천억 예산 투입해 인터넷 세이프 작업 벌이는데...예산 절반 이상이 교육비용이란거 주목할 수 밖에 엄슴다.

그리고 지금도 사실 필터링 통해 걸러지는 욕설댓글 많슴다. 예컨대 10만댓글 뉴스에서도 욕설이 자동 걸러진게 있을검다. 다음이 댓글을 조작한게 아니냐는 식의 의혹을 제기한 분도 있지만. 그럴리 있겠슴까. 하지만 욕설로 걸려 자동 삭제되는 댓글 꽤 됩니다. 다음이 특정 기사 댓글만 관리하는게 아니라, 서비스 전체 댓글을 한꺼번에 필터링, 모니터링 하는 구조는 아실테구요. 이같은 필터링이 그런데 지적하신바 부족한것도 사실임다. 그렇다고 필터링을 엄청 강화하는 건, 검열 논란 우려. 균형을 찾아야겠죠. 역시 악플 등은 respect others 교육필요

몽양부활 2010/03/17 13:51
댓글이 너무 길어져서 아래 포스트에 정리해뒀습니다.

http://blog.ohmynews.com/dangun76/323800

**당시의 태그 : collaborative filtering, DIGG, YAHOO, 댓글, 본인확인제, 필터링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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