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주제이지, 스토리가 아니다"(p.13)

"미국 기자들이 피처 기자를 쓸 때 가장 발을 동동 구르는 부분 중 하나는 주인공을 찾는 것이다."(p.33)

이 책의 쓸모 : 현장 기자와 데스크가 함께 읽었으면

이샘물, 박재영의 신간 '탁월한 스토리텔러들'은 수습 기자를 위한 '저널리즘 글쓰기' 훈련서 같아 보이지만, 실은 현역 데스크들의 '미국 저널리즘 학습서' 성격이 더 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 저널리즘스쿨의 고답적인 교육 커리큘럼에서 접할 수 없었던 미국 저널리스트들의 글쓰기 과정을 매우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서입니다. 곧장 신방과 교재로 활용해도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내 신문사 데스크 다수가 알고 있던 기사 쓰기의 전통적 방식 그리고 혹여나 지금도 후배들에게 가르치고 있을 기사 쓰기 표준과 규범을 (자신들이) 그렇게 흠모하던 미국 저널리트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교과서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현직 신문사 데스크들이 이샘물 등이 제안한 이러한 '스토리 쓰기'를 제안하고 독려할 수 있다면 아마 국내 저널리즘 생태계는 건강하게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데스크들이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러한 스토리 생산을 허락할 여유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인원도 부족할 테고요. 하지만 현장 기자들에게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의 작법을 적어도 매년 몇 차례 정도  경험시켜주는 것만으로도 '기레기 담론'의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 소개  

먼저 이샘물 동아일보 기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자는 동아일보의 히어로콘텐츠 중 하나인 '증발'을 기획했던 당사자 중 한 명입니다. 이미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국내 언론계에서 호평을 받을 만큼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주목을 받았더랬죠. 어쩌면 그가 이 책을 통해 써내려간 방정식들을 '증발'에 오롯이 담아내려고 했기에 그만큼 더 좋은 작품을 탄생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샘물 기자는 '기자로 말할 것', '이주행렬', '이민강국의 조건', '글로벌 인재 경쟁' 등의 저서를 통해 조금씩 그의 존재 가치를 알려왔던 젊은 저널리스트이기도 합니다. '탁월한 스토리텔러들'은 그의 유학 경험과 현직 기자 경력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가 유학 생활에서 글쓰기 가르침을 받았던 사례들이 곳곳에 묻어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박재영 교수가 공동 저자로 참여하면서 이 책은 더욱 힘을 얻었다고 생각됩니다. 박 교수는 최근 '뉴스 스토리 : 내러티브 작법과 효과'라는 책을 비슷한 시기에 출간했습니다. '기사의 품질', '읽어보진 못했지만 박 교수님이  오래전부터 천착해왔던 '국내 저널리즘의 품질' 문제를 다루고 있는 듯합니다. 특히 내러티브 저널리즘 등 대안적(어쩌면 정상적) 기사 쓰기 모델을 꾸준히  제안하며 기자들을 향해 '이제 기존에 알고 있던 글쓰기 모델을 좀 버립시다'라고 외쳐왔죠. '뉴스 스토리'와 '탁월한 스토리텔러들'을 한묶음으로 읽는다면, 더없이 좋은 저널리즘 글쓰기 교과서를 만난 기분을 만끽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덤 : 목차가 곧 팁

개인적으로 목차가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이 자체가 기자들에겐 하나의 글쓰기 팁 묶음이어서 그렇습니다. 자세한 구현 방식과 사례 등은 직접 책을 구매해서 확인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참 인상적인 건, 각각의 사례를 모두 미국 언론사 기사를 근거로 가져와 번역해서 소개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게 얼마나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는 직접 써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이샘물 기자와 박재영 교수가 꼼꼼하게 얼마나 공들여 썼는가를 대략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저라면 이샘물 기자를 저널리즘 트레이닝 코스(언론재단 등)에 트레이너로 반드시 모실 것 같습니다.

목차

PART 01 제대로 된 ‘스토리’가 기사를 이끈다

  • 기사를 스토리로 만들어라
  • 스토리의 의미를 전달하라
  • 육하원칙의 정보만으로는 부족하다
  • 기사에 주인공을 설정하라
  • 주제 인물의 지인을 취재하라
  • ‘똑똑한’ 인터뷰를 하라

PART 02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라

  • 취재원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라
  •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라
  • 질문을 자제하라
  • ‘양파 속 멘트’를 얻어내야 한다
  • 디테일이 생동감을 살린다

PART 03 최대한 정보를 공개하라

  • 독자는 익명을 믿지 않는다
  • 정보의 출처를 명확히 하라
  • 멘트를 다듬지 말라
  • 사실은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
  • 적극적인 정정이 신뢰도를 높인다

PART 04 ‘검증’하고 ‘반박’ 받아라

  • 매 문장이 입증되는지 검증하라
  • 진술에만 의존하지 말고 문건을 찾아라
  • 기자의 취재를 재차 검증하라
  • 구색 맞추기식의 반론으로는 불충분하다
  • 다양한 목소리를 기사에 담아라

PART 05 ‘구조’로 독자를 사로잡아라

  • 역피라미드 외에도 기사의 구조는 많다
  • ‘나는 지금 무엇을 쓰고 있는가’
  • 핵심 정보를 숨겨라
  • 줌 인과 줌 아웃을 섞어라
  • 작은 것에서 시작해 크게 그려나가라
  • 독자를 애타게 만들어라, 줄 듯 말 듯
  • 절대로 기사의 끝을 알려주지 마라
  • 마지막 문장은 리드보다 중요하다

PART 06 ‘안목’이 기사를 빛낸다

  • 중요한 것은 ‘야마’가 아닌 ‘앵글’이다
  • 기자가 보지 않는 것을 보아라
  • 기사의 구조 코칭이 먼저다
  • 낯선 시각으로 에디팅하라
  • 표현의 뉘앙스까지 고민하라

PART 07 취재원과 ‘선’을 그어라

  • 취재할 때 기자임을 드러내라
  • 멀리서 취재 대상을 살펴보라
  • 이해관계를 체크하라
  • 취재원과 친구 되지 말라
  • 접대는 경계하고 공개하라

PART 08 기존의 틀을 벗어나라

  • 기사가 소비되는 기기를 생각하라
  • 독자의 친구를 위해 기사를 만들어라
  •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 역량을 키워라
  • 무엇이든지 벤치마킹하라
  • 끊임없이 실험하라

PART 09 전달 방식을 ‘기획’하라

  • 카메라 기자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한다
  • 협업 상대를 이해하라
  • 스토리보드를 만들어라
  • 디지털 유통 능력을 키워라
  • 기사 제작 과정을 독자ㆍ시청자와 공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