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는 정년 퇴직자를 65세까지 원칙적으로 재고용하는 제도를 내년 4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지금까지 60세인 정년을 기술직 우수 사원에 한해 63세까지 1년 단위로 재고용했었다. 도요타의 새 제도는 재고용 연령을 65세로 늘리는 동시에 기술직에 한정했던 대상을 사무직 등 전 사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계약은 1년 단위며 임금 수준은 정년퇴직 때의 절반을 다소 웃돌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는 최근 일본 내 공장을 완전 가동하고 있는 데다 잇따라 해외 공장을 신설하는 등 노동력 부족 사태가 현실화하자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왜 한국의 기업은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것일까. 현대차는 도요타의 고용모델을 벤치마킹할 수는 없는 것일까.

도요타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일본식 자본주의의 독특한 전통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른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라는 것이다. 일본은 2차 대전을 겪은 뒤 기업의 지배구조가 완전히 변모했다. 전전 주류를 이뤘던 가족 지배형태의 기업지배구조는 전쟁을 거치면서 비주류화했다.

그 자리는 새로운 형태의 지배구조가 대체했다. 주거래은행제도, 수평적 주식 상호보유와 같은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조금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모기업은 계열사와 상호 주식을 대등한 위치에서 보유한다. 따라서 각 계열사는 매우 수평적 관계로 존재하게 된다. 물론 한국의 순환 출자와는 개념이 다르다.

여기에 주거래은행제도가 보태진다. 기업은 주거래은행과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대가로 주거래은행에 주식 취득권한을 준다. 주거래은행을 취득한 은행은 기업의 감시자 역할을 함으로써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대주주가 계열사나 주거래은행이기 때문에 굳이 단기 배당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된다. 이는 상대적으로 유보액에 늘어나는 효과를 낳음으로써 해고나 극단적 감원의 회피요인이 되는 것이다. 도요타의 경우 10조원 이상의 순이익 가운데 배당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음으로써 재고용 연한을 늘릴 여력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지배구조는 곧 광범위한 사적복지로 연결된다. 지배구조와 복지제도 사이에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차례 전문가들에 의해 언급된 바 있다. 도요타의 재고용 연한 연장이 가지는 의미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복지제도를 갈망하는 한국의 국민들, 이들이 일본과 같은 광범위한 사적 복지를 누릴 수 없는 건 한국경제가 일본식과는 다른 주주중심 자본주의를 좇고 있기 때문이다.

순환출자라는 비정상적 형태를 기반으로 1~2%에 불과한 지분만으로 재벌을 지배하는 총수중심의 지배구조 하에서는 도요타와 같은 사적 복지 혜택을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 배당을 핑계로 임금 인상을 거부하거나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M&A 때문에 제대로 경영을 할 수가 없다는 볼멘소리들은 이러한 주주중심 자본주의적 특성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