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장이라면 Growth팀을 사장 직속으로 설치할 겁니다"

아래는 신문과방송 12월호 한국 언론 어떻게 재건축하나 : 50인의 목소리에 답변했던 문서입니다. 덕분에 현재 한국 언론이 당면한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 등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 기회를 주신 신문과방송 김수지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반영된 부분이 많지는 않지만 다른 49인의 목소리도 꼭 한번 들어보시길 바랄게요.


신문과방송 2020년 12월호 표지 캡처

1) 한국 언론을 재건축하기 위해, 언론계가 버려야할 것 세 가지는?

  • 기자 위주 공채 문화 : 디지털은 디지털 고유의 문법과 재능을 필요로 합니다. 언론사가 디지털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뉴스가 터잡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공간에 대한 이해가 능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좋은 기사를 생산하고 생산된 기사를 더 잘 읽히도록 하고 발행된 기사를 더 많은 이들에게 도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사를 생산하는 사람 위주로 채용하는 문화는 반드시 넘어서야만 합니다. 기사가 터잡고 있는 곳은 더이상 종이 위도, 지상파 안도 아닙니다. 디지털이라는 가상화한 공간 위에 존재하며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이라는 공간에서 생산하고 표현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디지털이라는 기술적 영역에 숙련도가 높은 다양한 인재군들이 뉴스룸 안으로, 언론사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야만 합니다. 인재의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현재의 기자 위주 공채 문화는 기자 집단의 조직 내 우월감과 배타적 문화를 강화하는 낡은 관행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기수 문화를 없애고 다양한 직군이 역동적으로 협업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자 공채를 없애고 다양한 인재들의 수시 채용 문화를 변화시켜야만 할 것입니다.
  • 기자 출신의 사장 임명 관행 : 기자는 모름지기 저널리즘의 가치를 위해 존재할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경영 수완은 기업을 출입한다고 해서 만드러지지 않습니다. 실패를 통해 다져진 경험과 건강한 리더십 등이 어우러 질 때 제대로 된 경영 능력을 발휘할 수가 있습니다. 기자들이 자신의 경력 내내 집중한 저널리즘을 벗어나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상위 경영진에 오르는 것은 그래서 위험합니다.  기자들만이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신호는 그 언론사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다수의 현장 기자들은 해당 언론사의 리더십에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도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갈 수 있는 역량도 부족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합니다. 기자도 경영진이 될 수 있지만 기자만 경영진이 될 수 있다는 관행은 얼른 벗어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출입처만을 고려한 기사 발제 : 독자들의 정보 욕구와 기자들의 뉴스 생산이 괴리되는 첫번째 단계는 출입처만을 바라보는 관점, 출입처의 취재원들과 기자들에게 인정받으려는 문화에서 배태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입처 취재원이 최상의 독자라는 인식과 문화, 관성은 앞으로도 계속 독자와의 괴리를 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복 기사가 수없이 양산되는 배경에도 출입처만을 고려하는 기사 발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2) 한국 언론을 재건축하기 위해, 언론계가 취해야할 것 세 가지는?

  • 디지털 기술 인재의 채용 확대 : 기자는 만능이 아닙니다. 디지털이 작동하는 방식, 뉴스가 퍼져나가는 경로 등은 이미 기술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윤전기의 시대엔 인쇄 엔지니어를 채용했으면서도, 지상파의 시대엔 방송 기술 인력을 다수 고용했으면서도 정작 디지털의 시대엔 그 정도 규모의 디지털 기술 인재를 채용하는데 여전히 인색합니다. 심지어 개발자 1명이면 모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커버할 수 있다는 무지를 드러내는 경우도 너무 많습니다. 디지털 기술 인재의 영역은 무척이나 다양하며 현재 처한 조건에 따라서 요구되는 역량도 다릅니다. 그들은 기자들의 취재 노동을 훨씬 효율화시킬 수 있고, 부가 업무를 크게 줄여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더 많은 독자들에게 동일 노동으로 전달할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해줍니다. 저널리즘과 비즈니스의 공존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기술 인재를 채용하고 그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은 한국 언론의 재건축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저널리즘의 역할 모델에 대한 토론과 교육 : 저널리즘은  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사내의 공감대가 너무 낮습니다. 저널리즘은 존재의 이유임에도 뉴스룸 안에서 토론이나 고려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론서의 고지식한 담론으로만 취급받습니다. 저널리즘이 무엇인가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역할 모델에 대해 수시로 토론하지 않는 언론사는 앞으로도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지향점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수익모델의 확장 :  광고 협찬만이 유일한 수익원인 현 상태는 한국 언론의 품질 저하를 고착화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에 가깝습니다. 저널리즘과 수익이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하고 안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만 합니다. 그것은 독자 수익모델일 될 수도 있고 신뢰 기반의 커머스도 있을 수 있으며, IP 중심의 새로운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신뢰 기반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통해 수익모델을 다각화하는 것은 저널리즘을 훼손시키지 않고도 지속가능한 언론 행위를 가능케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3) 내가 언론사 사장이라면 이건 꼭 해보겠다

Growth팀을 사장 직속으로 설치할 겁니다. 독자들의 뉴스 니즈와 저널리즘을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독자들에 대한 깊은 탐구와 분석이 필수적입니다. 한국의 언론사들이 공급자 중심의 사고와 접근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독자들의 니즈를 근거 기반으로 관찰하고 입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 결과물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디언스의 규모와 저널리즘의 품질을 동시에 성장시키고 확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성장팀을 구성해 작은 실험부터 시작을 해볼 것입니다.

주요 아젠다를 결정하고 회사의 미션을 현장에서 실행하는 간부급 인사의 적잖은 수를 젊은 기자들로 교체를 할 것입니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이며, 독자들의 니즈가 급변하는 부서에는 젊고 책임감 있는 기자들 혹은 인재를 등용해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를 할 것입니다. 이미 뉴스룸 안에는 저널리즘에 대한 정의가 세대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독자를 대하는 태도 역시 상반된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간부들은 아니겠지만 신규 독자를 확장해야 하는 임무를 지닌 주요 포스트에 젊고 도전적인 인재를 등용함으로써 리더십의 유연성을 확보할 것입니다.

4) 플랫폼은 언론과의 상생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고품질 저널리즘을 돕는다’는 선언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의 신뢰도 하락, 뉴스 품질의 저하, 독자 필요 정보와의 괴리 등은 언론사와 플랫폼이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 언론만의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아닙니다. 고품질 저널리즘이 플랫폼의 뉴스 배열 알고리즘, 추천 알고리즘 등으로 힘을 얻고, 더 많은 독자들에게 전달될 때, 언론사들 또한 고품질 저널리즘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가 있습니다. 지금도 적지 않은 고품질 뉴스들이 여러 언론사들, 저널리스트들에 의해서 생산되고 있지만 그것의 포맷, 형식 등에 의해 플랫폼에서는 중요하게 노출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의 기호와 선호에 따라 추천, 배열됨으로써 독자들의 이용 빈도를 높이는데 헌신하고 있는 현재의 알고리즘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더 높은 품질의 뉴스와 저널리즘 결과물들이 알고리즘의 주요 시그널로 통합됨으로써 독자들의 선호와 저널리즘의 품질이 균형 있게 소비될 수 있는 도전적인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플랫폼은 언론사들의 수익 다각화를 적극 지원하고 도울 필요가 있습니다. 고품질 저널리즘은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 위에서 만개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들에게 특정 수익모델만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구상하는 새로운 수익 모델들을 적극적으로 실험해볼 수 있도록 기술적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플랫폼의 해당 기술을 사용하는데 따르는 비용은 언론사들이 지불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장기 고객으로 자리를 잡게 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초기 수익 모델 실험에 따르는 일부 비용을 플랫폼이 분담 또는 지원함으로써 수익원을 다각화하기 위한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언론사들이 고품질 저널리즘을 지속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자산은 플랫폼에게도 유익할 것입니다.

고품질 저널리즘과 수익 다각화 지원은 언론과 플랫폼의 상생이라는 구호 아래 만날 수 있는 좋은 접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