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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이고 어떤 문제를 주목했나 : 인스타그램이 쇼핑 구매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확히는 ‘Checkout on Instagram’ 기능입니다. 이 기능이 적용되면 특정 브랜드의 상품을 인스타그램 앱 안에서 구매까지 완료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인스타그램에서 쇼핑을 하려면, 특정 상품을 확인한 뒤, 해당 브랜드의 사이트를 클릭해서 구매를 해야 했습니다. 발견-쇼핑-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이 자연스럽지 않았고, 지불 시스템도 불편했죠. 이걸 인스타그램이 해결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왜 중요한가 : 인스타그램 창업자를 비롯한 임원들은 쇼핑-구매 기능 탑재를 꾸준히 반대해왔습니다. 하지만 모회사인 페이스북이 이를 관철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인스타그램 안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쇼핑 행위가 이뤄져왔습니다. 꾸준하게 쇼핑 기능을 개선해오기도 했습니다. 모회사로서는 이 비즈니스를 자사의 수익으로 끌어안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쇼핑-구매 기능을 확정한 건 페이스북의 하락세를 만회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전략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 기능이 탑재되면, 당장 아마존이 영향을 받습니다. 아마존은 구매할 대상을 발견한 뒤에 실제 구매를 진행할 때 찾게 되는 플랫폼입니다. 사고 싶은 상품을 ‘발견‘하는 목적으로 아마존을 방문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아마존의 약점이라는 평가가 제기된 이유기도 합니다.

당장의 매출 타격이 현실화하진 않을 겁니다. 인스타그램 쇼핑이 입점하는 브랜드의 영역(주로 패션, 뷰티 아이템들)이 아직은 제한적이어서입니다. 하지만 영역을 확장해간다면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다만 인스타그램의 사용자 특성상 입점 브랜드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는 지금 수준에선 예측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사용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 인스타그램 임원들은 인스타그램이 지나치게 상업적인 서비스으로 변질될까 우려해 쇼핑-구매 기능 탑재를 반대해왔습니다. 사용자들의 거부감이 커질 수 있다는 맥락입니다. 자신의 일상을 이미지로 드러내고, 공유하면서, 자만족을 얻어가는 행복한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왔는데, 이 곳이 물건을 사고파는 쇼핑 사이트로 고착된다면, 하나둘씩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인스타그램 쪽은 ‘정체성 관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체성이 훼손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상품 쇼핑-구매 광고는 불가능하게 조치를 하겠다고 했는데요, 이 정책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지켜봐야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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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미치는 영향 추정 : 네이버도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네이버의 주된 수익은 쇼핑입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등을 의식해 셀렉티브(Selective)라는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패션 쇼핑 플랫폼인데요. 따지면 인스타그램의 쇼핑-구매 기능 탑재 전 버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거의 동일합니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써보신 분도 아시겠지만 발견-구매 연결 과정이 부자연스럽습니다. 해당 쇼핑 사이트로 이동해야 하고 거기서 거추장스런 결제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탈하는 사용자 규모는 분명 적지 않은 비율일 겁니다.

그나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경우라면 다행입니다. 네이버페이 등이 연결돼있어 구매 연결과정이 매끄럽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인스타그램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2위입니다. 2018년 사용자만 910만명에 이릅니다. 늘어나는 속도도 빠릅니다. 쇼핑-구매 기능은 이들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아직은 국내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충분하게 입점하지 않았고, 배송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서, 당장 국내 쇼핑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진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네이버 Selective에 미칠 영향이 크진 않을 겁니다.

문제는 사용자 습관입니다. ‘쇼핑 발견-구매=인스타그램’이라는 인식이 굳어진다면, 네이버의 쇼핑 매출 확대 전략은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쇼핑 습관이 만들어진 서비스로서 인스타그램, 쇼핑 습관을 만들어가야 하는 단계에 있는 네이버 셀렉티브. 당연히 전자가 초기엔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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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네이버 셀렉티브의 결정적 차이 : 사용자 여정 설계의 밀도라고 생각합니다. 인스타그램은 쇼핑을 위해 들어오지 않습니다. 자신의 일상을 이미지화하고 때론 자랑하려는(나르시시즘적 충동) 목적으로 방문하게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나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 즉 쇼핑 거리를 ‘발견’하게 됐고 나아가 구매로 이어지게 됩니다. 깔대기의 입구와 출구 구조가 유기적으로 짜여있습니다.

네이버 셀렉티브는 사용자 유입 동인이 약합니다. 표현하고 즐기기 위한 동기가 아니라 구매하기 위한 동기로 들어와야 합니다. 깔대기의 입구, AARRR 모델로 보면 획득(Aquisition) 파워가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획득 경로로서 셀렉티브는 모체인 네이버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네이버앱이 아무리 건재하다 해도, 그 자체가 낡아 보이면 타깃 고객들은 셀렉티브로 들어오지 못하게 됩니다. ‘앱 인 앱‘ 구조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셀렉티브에서 사용자는 어디까지나 구매의 대상이자 관객일 뿐, 적극적 생산자가 아닙니다. 이미 쇼핑에 대한 욕망을 가진 사용자들만이 방문할 목적을 갖게 되는 서비스입니다. 인스타그램과 달리 우연성(Serendipity)의 관여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죠.

셀렉티브 쪽은 ‘발견’에 가치를 두고 있지만, 실제로 셀렉티브에서 발견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셀렉티브에서 ‘발견’은 사용자 행위 맥락적 관점에서 보면 ‘검색’에 가까워 보입니다. 올라온 이미지 하나하나가 특별한 가치나 메시지를 발산하지 못하기에, 쇼핑몰 진열대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셀렉티브에서 ‘발견’은 진열대에 숨겨져 있는 내가 찾는 물품으로 빨리 인도해주는 기능으로 내려앉게 됩니다.

요약하자면, 방문-구매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의 유기적 관계가 셀렉티브는 성긴 반면, 인스타그램은 치밀합니다. 이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초기 발상 지점에 너무 달랐기에 발생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셀렉티브는 사용자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결책으로서 출시된 서비스라기보다 경쟁 조건이 만들어낸 ‘따라잡기 서비스’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안타깝지만 이런 서비스 유형은 필수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마케팅 비용을 필요로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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