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제부 이성규 기자입니다. 오늘은 조금 무거운 얘기입니다. 날씨도 더운데 괜히 짜증날 얘기를 전해드리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무겁네요.^^

며칠 전 한 시민기자가 김제와 논산에 대형할인점이 변칙적인 방법으로 입점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로 인해 영세한 지역 재래시장 상인과 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이 대형할인점이 지역에 들어설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실태와 전망을 담은 기사였습니다.

전국적으로 대형할인점은 현재 270여개로 추산되고, 올해 말에는 300여개에 이를 예정입니다. 대형할인점은 대도시는 물론 최근에는 인구 5만여명의 작은 지방 도시에까지 파고들고 있다고 합니다. 이 경우 지역민들의 생존기반인 중소상권을 위협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유통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형할인점과 지역 중소 재래시장 상인 사이의 이러한 갈등은 한국사회 양극화의 실태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효율적 가치만을 앞세우며 진행되는 유통시스템의 구조개혁은 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희생을 낳을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사회 양극화로 귀결될 것이 분명합니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정부는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대형할인점의 확산에 제동을 걸만한 법률이나 조치를 제정하거나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군요. 여당은 지난 4·15 총선 당시 재래시장 살리기에 적극 나서겠다고 하더니 요즘은 통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대충 특별법 만들어 돈만 지원하면 공약은 지킨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박병원 현 재경부 차관보의 대형할인점 확산에 대한 인식은 한발 더 앞서(?) 있습니다. 그는 얼마전 사의를 표명한 김광림 재경부 차관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인가요, LG경제연구원 19주년 창립기념 세미나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렸습니다. 그 자리에 패널로 참석한 박 차관보는 대형할인점 입점에 반대하는 재래시장 상인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녹음한 것을 그대로 푼 내용입니다.

“경쟁력 있는 개방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형태가 새롭게 나타나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국민들의) 거부감이 크다. 예를 들어 소매업의 경우 대규모 할인점이 등장할 때에 지금도 그렇다. 저항이라고 할까. 지금은 눈에 안 보이는 적과 싸운다. 홈쇼핑이 마케팅을 하는데, 재래시장이나 전통적 형태의 유통업체들은 적이 누군지도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이런 상황이다. 농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혁신적 경영체가 등장할 때 그분들을 막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

영세한 재래시장 상인들의 울부짖음이 박 차관보에겐 ‘적이 누군지도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나 봅니다. 대형할인점의 유통망 확대전략이 재래시장 상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영세상인이 혁신적인 유통업태의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투였지요.

뿐만 아니라 교육 분야를 산업으로 인정해줘야 하다고 목청을 높이는 등 개방과 경쟁만을 줄곧 강조하더군요. 이 사실을 전해들은 한 여당 관계자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제게 박 차관보의 발언 전문과 녹음 파일을 넘겨달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또 박 차관보는 얼마전 정례브리핑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골프장이 100개만 들어서도 지방 건설업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여건이 답답하다고 털어놓았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과연 그가 차관으로 승진한다면? 글쎄요. 나머지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겨야 할 대목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