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몽양부활/정치경제학강의 2008/10/14 14:32 몽양부활

역사학의 세계적 석학인 홉스봄 교수의 강연록을 모은 '폭력의 시대'를 읽어보셨나요? 그 또한 현존하는 제국, 즉 미국이라는 제국의 종언을 고하고 있습니다.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제국으로서의 미국) 없는 세계의 도래가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홉스봄 교수는 이 저서에서 미국이라는 제국이 왜 스스로 존립기반을 상실해가고 있는지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는 우선 대영제국과의 비교를 통해 미국이라는 제국의 무모함을 꼬집습니다. 현존하는 미국보다 더 넓은 영토를 통치한 대영제국은 적어도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스스로의 취약성을 깨닫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대영제국과 다른 미국의 무모한 상상

하지만 미국은? 과거의 제국들과 달리 자신을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자처하며 세계를 완벽하게 지배하려고 하는 과대망상에 빠져있다고 비판하죠. 로마도, 중국도 그러지 않았다고 하면서 말이죠.

영국은 세계의 패권이나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같은 지역의 군사, 정치적인 지배권을 추구하지 않았다. 대영제국은 다른 나라에 대한 개입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면서 영국 자신의 기본적인 이익 다시 말해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했다. 영국 자체의 영토 크기와 자원의 한계를 늘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1918년 후로는 자신의 제국이 쇠퇴했다는 사실을 올바로 인식했다.(에릭 홉스봄 '폭력의 시대'

이 같은 착각이 무모한 전쟁을 불러일으켰고 이 전쟁에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동원했습니다. 합리성도 민주성도 갖추지 않는 취약한 정당성에 기반해 착각을 현실화시키려 애쓴 것입니다.

착각은 이전부터였지만 실행은 소련의 붕괴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냉전이 가져다준 팽팽한 긴장관계와 긴장 속 평화, 이 균형이 무너짐으로써 미국은 착각의 현실적 구현에 목을 매왔습니다. 1989년부터 시작된 '착각의 현실적 구현'이 이제 그 끝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이를 예견한 또다른 학자가 월러스틴 교수인데요. 그는 자신의 저서 '자유주의 이후'에서 소련의 붕괴가 역설적이게도 미국 자유주의 종언을 의미한다고 쓴 적이 있죠. 이 저작은 지금 시점에 읽으면 많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다시 홉스봄 교수의 얘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그는 미국이라는 제국이 지속되지 못하는 내부적인 요인으로 다음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1) 미국인들이 제국주의나 통치의 개념에서 말하는 세계 지배에 관심이 없다
2) 자국 내의 골치 아픈 경제 문제와 씨름을 하게 되면 외국에 야심적인 무력 개입을 계속할 가능성이 적다

1)은 미국 내 여론조사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신들의 세금으로 지배력 확장에 나서는데 대해 미국인들은 탐탁치 않아 합니다. 제가 하는 미국인 친구들의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미국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며 일부 엘리트들만의 무모한 상상일 뿐이라고 합니다. 전쟁에 들인 돈을 미국 소비자들을 위한 구제금융으로 활용했다면?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2)는 바로 지금 시점에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크나 큰 경제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지금 이라크를 침공했던 것처럼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이름으로 또 하나의 전쟁을 벌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문제죠.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미국 내 보수파들은 이란과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투의 반응을 연거푸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쏙 들어갔죠.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것만 봐도 분위기를 짐작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비합리적인 대외정책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이익에도, 세계 전체의 이익에도, 미국 자본주의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 내에서 이런저런 이견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란 공격하겠다는 얘기는 지금…

2008년 미국은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제만으로도 벅찰 지경입니다. G7, G20 연쇄회동을 통해 미국은 세계적 공조를 통한 위기 탈출 시나리오를 관철시키려했지만 사실상 어렵게됐습니다. 말만 넘쳤을 뿐 구체적인 행동지침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을 정도죠.

홉스봄은 이렇게 주문합니다. 동맹국들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일깨워줘야 한다"고 말이죠. 미국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이 필요하다고까지 했습니다. 제 생각에 지금 미국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지원책은 바로 제국적 욕망을 접어라는 충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동맹국인 한국은 미국에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아직도 제국의 힘에 기대 성장해보려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있는 건 아닌가 곱씹어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