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몽양부활/세상을 보는 창 2017/05/08 13:48 몽양부활

"모든 나라는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민주주의에서 국민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 - 조제프 드 메스트르(Joseph de Maistre)

요즘 유난히 이 문구를 자주 만난다. 벌써 몇 번째다. 솔직히 불편하다. 맥락상 해석하면 시민의 무지를 들먹이는 용도로 동원된다. 현 정권을 뽑아준 무지한 시민 때문에 비극과도 같은 사건들이 반복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기 위해 이 인용구를 무사의 칼처럼 휘두른다.

답답한 마음, 이해는 된다. 허나 너무나 위험한 발언이다.

조제프 드 메스트르(1753~1821)가 누구던가. 프랑스 혁명에 반대하며 절대 군주 정치와 교황의 절대권을 주장했던 이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프랑스의 전통주의, 국가주의 철학의 대표적인 사상가이다. 말이 좋아 국가주의자이지 반동주의적 이념으로 대표된다. 이를 테면 수구의 원조격이다.

그는 이렇게까지 말한다. "(프랑스) 혁명이란 역사적 연속성의 불행한 단절이며 가톨릭 전통에서의 그러한 이탈 행위는 반드시 제압돼야 한다."

이나미 박사는 '수구이념의 특징: 보수이념과의 차이를 중심으로'(2009)에서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버크와 달리 드 메스트르(Joseph de Maistre)는 반동주의자로서 군주제와 권위주의를 옹호했다. 우리 역사의 수구파 역시 군주제를 옹호했는데 그 이유는 군주제가 공화제보다 더 공정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반동주의의 특징은 수구 이념의 특징과 동일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나미 박사는 보수주의와 반동주의를 명확히 구분한다. "반동주의 역시 과거로 돌아가자는 주의로서, 이러한 반동주의의 내용은 개혁을 일부 수용하고자 하는 보수주의와 구별된다"는 것이다. 드 메스트르는 그 반동주의자였다는 사실을 꼭 유념하자.

민주주의를 옹호하기 위해 반민주주의자의 코멘트를 인용한다는 건 나가도 너무 나간 꼴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자.

"많은 사람들이 그 나라 정치는 그 나라의 시민 수준에 불과하지 시민 수준이 이런데 정치가 좋아질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하지만 정치학의 출발은 좋은 정치가 좋은 시민들 만든다라고 하는 생각 속에 있습니다.

... 중략 ...

백년 전의 스웨덴을 보면 유럽에서 가장 교육수준도 낮고 가장 못 배웠고 문화라고 하면 거의 술 많이 마시는 문화가 있을 정도였다. 그 사이 스웨덴의 사회도 바꾸고 시민성도 이렇게 달라지게 만든 건 스웨덴의 정치가 역할을 크게 했다."(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http://openlectures.naver.com/contents…)

시민이 무지하고 무식하다는 이야기 성급하게 꺼내들지 말자. 시민의 일상적 삶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굴러가지 못한다. 삶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건 정치의 몫이다. 무지한 정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정치를 비판해야지 시민의 무지함을 탓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자. 자신의 편이 당선되면 시민이 위대하고 반대 편이 당선되면 시민이 무지하다고 하는 아전인수, 아무리 봐도 너무 위험한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