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미디어 스타트업 생태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채비를 하고 있네요. 제 눈에는 부럽기도 하고 정말정말 흥미롭게 다가오는 흐름이기도 합니다.

더도도, 나우디스, 팝슈가 등으로 유명한 그룹 나인 미디어(Group Nine Media)가 합병 목적의 백지수표(Blank Check) 기업을 설립하고 미디어 스타트업 인수에 착수했습니다. 아직 어떤 미디어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게 될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그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는 예상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룹 나인 미디어가 동원한 접근법은 SPAC을 통한 합병과 우회상장 방식입니다. SPAC은 사실 한국 시장에선, 특히 미디어 시장에선 익숙하지 않은 형태입니다. Special Purpose Aquisition Company의 약어죠. 기업인수를 위해 설립하는 특수목적회사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편히 얘기하면 기업인수를 위해 세운 페이퍼 컴퍼니라고 보셔도 됩니다. 사실 저도 이 글을 쓰기 위해 공부하기 전까진 잘 들어보지 못했던 용어기도 했습니다.

그룹 나인 미디어는 이 페이퍼 컴퍼니를 상장시키기 위해 주식 공모 절차를 밟고, 모집된 주주들의 돈으로 인수 대상을 물색하게 됩니다. 현재 거론되는 미디업 스타트업은 버즈피드와 버슬 미디어, 바이스, 더스킴 등입니다. 그리고 그룹 나인 미디어는 이 페이퍼 컴퍼니가 인수를 완료하게 되면, 그룹 나인 미디어와도 결합하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중 한 군데라도 인수를 하게 된다면, 그리고 모든 절차의 주주 동의가 완료된다면, 거대한 미디어 스타트업 그룹이 탄생하게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 페이퍼 컴퍼니가 버즈피드를 인수한다고 가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에 그룹 나인 미디어까지 결합하면, 그 규모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이 될 겁니다.

아시다시피 그룹 나인 미디어는 지난해 팝슈가를 인수했죠. 버즈피드는 최근 허프포스트 인수도 완료했습니다. 조나 페레티가 몇 년 전 내놓은 구상에 조금 미치지 못하긴 하지만, 이 정도의 결합만으로도 시장에 주는 임팩트는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룹 나인 미디어는 이 방식으로 합병을 주도하기 위해 우선 Group Nine Aquisition Corp.를 지난 11월에 설립했습니다. 일종의 창업용 법인인 셈입니다. Group Nine Aquisition Corp.는 Group Nine SPAC LLC를 상장시켜 인수 작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현재 공모 금액은 2300만 유닛(보통주+워런트)에 2억3000만 달러 규모입니다. 만약 상장 뒤 거래가가 높아져 인수 여력이 확장된다면, 약 20억 달러 내외의 가치로 평가받는 버즈피드와의 합병을 성사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왜 이런 방식을 선택했을까

미디어 스타트업 간의 인수합병 제안은 버즈피드의 조나 페레티가 2년 전 공개적으로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의 구상은 ‘버즈피드+복스+바이스+리파이너리29+그룹나인미디어’를 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바이스가 리파이너리29를 인수했으니 이제는 버즈피드+복스+바이스+그룹나인미디어 이런 구도가 되겠군요.

버즈피드+복스+바이스+리파이너리29+그룹나인미디어 합병한다면?
버즈피드 + 복스 + 바이스 + 리파이너리29 + 그룹나인미디어, 미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미디어 스타트업 5곳이 합병을 한다면 어떤 일이벌어질까요? 그 논의가 있었다는 뉴스가 뉴욕타임스를 통해 보도[https://www.nytimes.com/2018/11/19/business/media/buzzfeed-jonah-peretti-mergers.html]가 됐습니다. 뉴스와 콘텐츠 혁신을 주도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온 이들은 최근 10년 간 가장 주목받은 미디어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리스티클의 버즈피드, …

사실 결합 논의는 광고 수익의 플랫폼 독식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페레티도 이 부분을 언급하면서 광고 단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스케일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했죠. 그룹 나인 미디어의 SPAC 신청서에도 Scale은 반복적으로 거론될 정도입니다. 나아가 소셜미디어와 커머스, 이벤트 등을 아우르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걸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즉 규모를 키우지 않고서는 광고 수익의 확장, 비즈니스 모델의 다각화 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이죠.

결국 뭉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위기 의식에 지속적으로 발동하면서 이러한 모델을 성사시키기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국면으로 전반적인 사업 구조가 위태해지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결합에 대한 절박감은 더욱 커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독자적인 IPO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고, 비용도 만만치 않기에 조금더 빨리 진행될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이 되기도 합니다.

버즈피드는 왜 허프포스트를 이 시점에 인수했을까
현재까지 파악된 소식 정리버즈피드가 11월19일 허프포스트를 버라이즌 미디어 그룹으로부터 인수[https://www.nytimes.com/2020/11/19/business/media/buzzfeed-huffpost.html]했습니다.현금을 주고받지 않았죠. 주식 거래도 모든 딜이 종료됐습니다. 버즈피드가 허프포스트의 모든 지분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버라이즌은 버즈피드의 소수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버라이즌은 현재 강화하고 있는 커머스와 광고 사업을 버즈피드와의 파트너십으로 지속할 수 있게 됐고, 버즈피드는커머스 …

다만, SPAC 안에 이 모든 미디어 스타트업들이 결합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복스 미디어가 과연 결합에 동의할지도 미지수고요. 버즈피드도 허프포스트 인수에 이어 추가 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표한 적이 있기에 주도권을 둘러싼 긴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현재로서는 확정된 것이 없습니다. 그룹 나인 미디어는 이 우회로를 택하기 전에 분명 인수 대상 미디어 스타트업들과 일정 정도의 논의를 했을 겁니다. 특히 벤 러러의 아버지이자 버즈피드와 허프포스트의 초기 투자자인 케네스 러러를 통해 물밑 논의가 진행되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이 특수목적 법인이 어떤 미디어 스타트업 혹은 관련 스타트업의 합병을 성사시켜 언제쯤 IPO 효과를 만들어내게 될지 정말 지켜보기만 해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국내 미디어 스타트업들에게도 주는 메시지도 아주 명확합니다.  여전히 스타트업들이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서, 산업의 판을 흔들기 위해서는 상상의 범위와 규모가 더욱 커져야만 한다는 걸 분명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덧붙임
사실 SPAC이라는 형태를 이해하는 게 참 쉽지 않았습니다. 혹여 내용상 제가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다면 꼭 말씀해주세요. ceo@mediagotosa.com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