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기계가 생산한 기사를 통합검색에 노출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적지 않은 언론사들이 그동안 알고리즘 저널리즘, 즉 기계에 의한 기사 생산을 도입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산된 기사는 네이버로도 전송되고 있고요.

네이버 쪽은 기계가 생산한 기사를 ‘자동생산기사’로 분류한 뒤 뉴스 검색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젠 기계 생산 기사의 제목을 네이버 뉴스 검색에 입력하면 해당 기사를 확인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사용자가 해당 기사를 보기 위해서는 네이버 뉴스에서 '유형 > 자동생산기사'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우선 알고리즘 기사 생산을 도입한 몇몇 사례를 알려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 조선비즈 = 증권플러스(두나무)의 'C-Biz봇
  • 한국경제 = AI 전문기업 씽크풀
  • 뉴스핌 = AI 전문기업 씽크풀
  • 국민일보 = 엠로보의 스톡봇

알고리즘 저널리즘에 대한 네이버 측의 검색 배제는 중요한 한 가지 고민 거리를 이 생태계에 던져주고 있습니다.

인간만이 뉴스 (교환)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가

논의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알고리즘 저널리즘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뉴스의 생산 주체는 인간 기자로 한정돼 있었습니다. 언론사에 고용된 인간 기자만이 '산 노동'으로 뉴스의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보편적 인식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뉴스 생산 주체에 개별 시민이 뛰어들면서 1차 생산 주체 논쟁이 촉발되기도 했습니다. 소위 시민 저널리즘 논쟁이었죠.

2차 논쟁은 인간 기자 안에서의 주체 구분법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라는 주체 구분법으로 확장되면서 발생하게 됐습니다. 다양한 뉴스 작성 알고리즘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두 번째 뉴스 생산 주체 논쟁이 벌어지게 된 것이죠. 현재 네이버 등은 “자동생성기사(로봇 기사 등)는 전체 기사 및 자체 기사 생산량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또한 “자동생성기사(로봇기사 등)를 지정된 카테고리 외로 전송하 는 경우” 제재를 가했습니다. 지금은 제재를 넘어서 검색 결과에 노출하지 않겠는 결정까지 내린 것이죠. 다시 말해 인간이 아닌 생산 주체가 생산해 전송한 기사는 수용자들에게 전달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내부의 판단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인식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뉴스 작성의 주체로서 비인간은 뉴스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는가'라는 도발적 질문입니다. 이미 정치경제학계 내부에서는 마르크스의 '기계에 대한 단상’을 근거로 ‘산 노동만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노동가치설을 기각하는 목소리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산 인간의 노동만이 가치를 생산하고, 그것의 착취를 통해 잉여가치가 구성되는 이 명제가 부인되는 경우가 왕왕 등장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코드의 잉여가치’, 파스퀴넬리 식의 ‘네트워크 잉여가치’ 등은 노동가치설로부터 이탈하거나 확장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네이버는 정치경제학의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임노동만이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고전적 전제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알고리즘이 코드의 착취를 통해 코드 잉여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인식을 붙잡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알고리즘에 묻어 이는 과거노동 즉 죽은 노동은 가치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논제와 맥이 통한다는 거죠.

네이버는 자동생성기사를 별도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이것만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사용자들에게 열어두긴 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일반적 습관과 동선을 따르게 되면, 사실상 이러한 유형의 기사는 네이버에서 만나기가 어려워집니다. '사실상' 네이버에 존재하지 않는 기사가 되는 셈이죠. 네이버 입장에서는 자동생성기사를 사용자에게 노출해봐야 부가적인 잉여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고 본 듯합니다. 그래서 그대로 묻어버리는 선택을 한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을 겁니다.

정치경제학자인 이항우(2020)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네이버를 염두에 둔 발언은 결코 아닙니다.

“잉여가치 생산을 가변자본/ 생산적 노동에서만 찾고, 고정/불변 자본은 그것의 가치를 새로운 상품에 단순히 이전하기만 하는 것으로 보는 ‘인류중심적(anthropocentric)’ 생산 관점은 오늘날의 자동화된 디지털 경제를 적절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정치경제학 관점에서 본 네이버의 결정

정치경제학계 내부에서조차 논쟁적인 이 주제에 대해 네이버는, 이항우 교수의 해석이나 관점과 달리 인류중심적 생산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짧은 제 지식으로는, 다수의 전통 정치경제학자들이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앞으로 네이버는 더욱 자주 이러한 도전과 비판, 논쟁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뉴스에 가치를 덧입힐 수 있는 주체는 인간이어야만 한다는 기존의 인식이 GPT-3 등 고도화한 뉴스 생산 알고리즘의 보편화에도 여전히 고수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만약 그 변화의 시기가 온다면, 비인간 행위자도 가치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에 의한 것일 확률이 높으며, 그것이 네이버의 잉여가치 축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다시 말해, 네이버 내부 뉴스 생산 알고리즘 API 접근권의 구매로 '코드 잉여가치'의 네이버 내재화가 전제될 때 비인간 행위자의 생산을 수용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 전에 전향적으로 품질 평가를 통해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겁니다.

어찌됐든, 네이버는 아주 어려운 질문을 이 사회에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한 다양하고 생산적인 논쟁들이 앞으로 전개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검색 결과에서 배제한다 아니다를 떠나 정치경제학, 인지자본주의의 주제로서도 뜨거운 논란거리가 될 듯합니다.

이탈리아 자율주의 마르크스주의자 라자라또의 코멘트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현대 자본주의 생산에서 주체와 대상, 인간과 비-인간,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은 서로 구분이 불가능해진다.”(Lazarrato, 2014/2017, p.43)

네이버는 논쟁적이고, 흥미로운 질문을 우리들에게 던져줬습니다.

참고 문헌

  • 이항우.(2020).알고리즘과 빅 데이터 : 코드와 흐름의 잉여가치.경제와사회,p.261-295.
  • Lazzarato, Maurizio. (2014). Signs and Machines: Capitalism and the Production of Subjectivity. CA: Semiotext(e). 신병현&심성보 옮김. (2017). 기호와 기계.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