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2020 그룹 보고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인상적인 교훈을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언론사에게 주는 메시지는 강렬합니다. 그 이유를 하나씩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목표  : "NYT는 독자들에게 권위있고 명쾌하며 필수적인 목적지가 되는 것을 미래의 지향적으로 설정했습니다."(The New York Times has staked its future on being a destination for readers — an authoritative, clarifying and vital destination.) 

이 짧은 문장에 뉴욕타임스의 핵심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입니다.

일반적으로 국내 언론사들이 설정한 핵심 가치는 차별화되지 않았거나 명쾌하지 않습니다. 그 가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언론사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정론’이라는 원론적이면서도 덜 구체적인 상징어를 핵심 가치로 제시합니다. 이 같은 핵심 가치의 모호성은 언론사 간 중복 기사의 양산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모호한 핵심 가치로 인해 기자들은 동일 사안을 다르게 보도해야 하는 근거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짧은 문장에 담긴 뉴욕타임스의 전략적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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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독자들에게 권위있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명쾌해야 하며, 그 결과는 뉴욕타임스가 목적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독자들에게 권위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부가적으로 설명하고 있듯 타깃 독자들에게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연결됩니다. 지불의사를 밝힐 정도로 유일무이한 뉴스와 정보를 생산해야 한다는 각론과도 맞닿아있습니다.

“독창적이며, 시간을 투자하는, 현장에 기반한, 전문가들이 보도하는”이라는 표현이 뉴욕타임스의 권위를 만들어가는 방식입니다. 이를 위해 “경쟁사의 글과 차이가 미미한 기사, 시급하지 않은 기획 기사와 칼럼” 등을 가치 없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더군요. 권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이며 중복적인 기사는 뉴욕타임스의 미래를 위해서도 비즈니스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명쾌함은 방법론입니다. 이 보고서가 상당한 공간을 할애해 설명하고 있듯이, 타깃 독자들에게 명쾌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편안한 형태”여야 하며 “시각적이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기존 스토리텔링 방식과도 결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넷 언어와도 이질적인 모습을 보인다”,”독자에게 다가가기 쉬운 문체를 충분히 쓰지 않고 있다”고 자성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뀌어야 하고 명쾌함이라는 가치를 위해 기사의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고 합니다.

‘필수적인 목적지’라는 표현은 비즈니스 전략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분산 미디어 환경에서 최종적인 목적지는 뉴욕타임스의 상품이어야 하며 그것이 뉴욕타임스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페이지뷰를 목표로 설정하지 않고 구독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핵심에 두고 있다는 설명도 이 문구와 관련돼 있습니다. 필수적인 목적지가 될 때만이 구독 비즈니스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독 중심의 비즈니스에 집중한다는 전략은 성과 지표로서 노출(페이지뷰) 자체에 헌신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히려 적은 수가 방문하더라도 구독 전환이 가능한 뉴스에 더 많은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뉴욕타임스에 이로운 전략이 되는 것이죠. 뉴욕타임스 외부의 공간에서 1백만 페이지뷰를 기록해봐야 그것이 구독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유익한 행위는 아닙니다. 권위있고 명쾌한 방식으로 작성된 품격 높은 기사와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뉴욕타임스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불러오는 것이 개별 기자의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디지털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언론사들은 더 많은 노출과 페이지뷰에 목을 매는 것과는 정반대의 방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언론사에게 던지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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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뉴스 스타트업을 만나면서, 국내 언론사를 내외부의 관점에서 경험하면서 확인한 점이 있습니다. 자사의 핵심 가치를 설정하고 공유시키는데 지나치게 소홀하다는 것입니다. 핵심 가치에 대한 이야기는 소모적인 것이라는 인식, 왜 필요한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됩니다. 오래된 전통 언론일수록 이러한 경향성은 두드러집니다.

물론 핵심 가치 자체가 제대로 설정돼있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70~80년 전 사시를 핵심 가치로 삼을 수 있지만, 지금 돌아보면, 낡아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가치를 핵심 가치로 내면화하는 경우가 더 빈번합니다. 정론, 불편부당, 민족 등은 모든 언론사가 표방하는 가치지만 그것의 구체적 함의는 제대로 전달되거나 보도의 원칙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핵심 가치는 해당 언론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상징합니다. 독자들에게 동일하거나 유사한 가치를 제공한다면 창업할 이유도 유지해야 할 명분도 크지 않습니다.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은 동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핵심 가치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핵심 가치에는 언론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목표가 담겨야 하고 제공하는 뉴스와 정보의 차별화 전략을 포함해야 합니다. 훌륭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원칙으로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본질적이지만 주변화돼버린 주제, 이 핵심 가치에 대한 고민을 다시 꺼내보는 계기로서, 이 보고서가 작용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이 작업이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잘 알고 있기에, 감히 해보라고 권하지는 못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