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뉴스/올드미디어 동향 2010/09/13 15:19 몽양부활


"we will stop printing the New York Times sometime in the future, date TBD."(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뉴욕타임스의 종이신문 인쇄를 중단할 것입니다."

뉴욕타임스 회장의 발언과 의미

지난 한 주, 아서 슐즈버거 주니어 뉴욕타임스 컴퍼니 회장의 이 한 마디가 큰 파장을 낳았습니다. 종이신문 인쇄 중단을 암시한 이 발언으로 영미권 언론계가 들썩였죠. 일개 호사가가 아닌 세계 유력지로 통하는 뉴욕타임스의 회장이 직접 내뱉았기에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이 발언이 나오게 된 맥락부터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슐즈버거 회장은 지난 8일 런던에서 열린 WAN-IFRA 9th International Newsroom Summit에 참석했습니다. 2011년부터 시작될 뉴욕타임스의 Metered 방식 유료화 모델에 대해 연설을 했습니다. 현재 구글의 'First Click Free'을 활용해 유료 벽을 쌓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그는 특히 수익 모델에 대한 얘기들을 꺼내면서 "언론사는 독자로부터 부가적인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시도를 시작해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유료화는 그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낼 수 없을지 모른다며, 독자의 참여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고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죠.

이런 와중에 Editor's Weblog의 Emma Heald가 이렇게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2015년께 종이신문을 마지막으로 찍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말이죠. 그에 대한 대답이 첫 문장입니다.

뉴욕타임스의 최근 경영 여건

슐즈버거 회장은 왜 종이신문 인쇄가 중단될 수 있다는 발언을 던졌을까요? "잘 모르겠다"거나 답변을 피하는 방식으로 넘어갈 수가 있었을 텐데 왜 저러한 발언을 하게 된 것일까요?

저는 뉴욕타임스가 이미 종이신문 인쇄 중단을 염두에 두고 비즈니스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받아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머리 속에 준비된 코멘트라는 얘기죠. 그는 이날 연설에서 "디지털 시대에 전환 비용은 낮은 편"이라며 "만약 우리가 작동하지 않는 뭔가를 시도하고 있다면 우리는 바꿀 수 있다"는 말도 했는데요. 작동하지 않는 무언가(something that's not working)에 종이신문을 대입시키면 맥락은 너무나도 명확해집니다.

슐즈버거 회장은 뉴스를 전달하는 매개로서 종이신문이라는 플랫폼이 부가적인 수익을 내는데 실패하고 있고 구조적으로 생산 비용이 높다는 사실을 수많은 수치를 통해 확인했을 겁니다. 지금 당장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한계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건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인쇄 중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사실조차도 말이죠. 시기만 조율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욕타임스는 구독부수는 올해 들어 약간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주중판은 5.2%, 주말판은 8.5%나 하락했습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주중판 구독부수는 140만부, 주말판은 95만부 가량입니다. 획기적으로 나아질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전반적인 재정 구조도 호조세를 타고 있습니다. 종이신문보다는 디지털 부문의 기여가 큰 덕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분기 매출이 5억8960만달러로 전년의 5억8450만달러에서 증가했는데요. 디지털 광고 매출이 대비 21%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전체 광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의 22%에서 26%로 증가했습니다. 정작 종이신문 광고는 하락했다고 합니다.

businessinsider에 따르면 뉴욕타임스의 뉴스룸에 투입되는 비용이 연간 2억 달러입니다. 온라인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1억5000만 달러죠. 유료화를 통해 추가로 1억 달러를 벌어들인다면 500만 달러 정도의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1억 달러는 100만명이 연간 100달러를 지불해야만 달성이 가능한 수익 규모입니다. 과연 월 10달러씩 연 100달러를 내는 유료 구독자 100만명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몇 차례나 언급되는 2015년 신문 종말론

이쯤에서 FT 얘기를 다시 꺼낼 수밖에 없네요. 4개월 전입니다. 결국 부인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긴 했지만 FT도 이르면 5년 뒤에 인쇄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FT 모기업의 이사를 재직 중인 Solomon씨의 발언이었죠. 당시에도 엄청난 파장을 낳았습니다.

Solomon 이사는 FT가 신문 비중을 줄이고 있으며, 신문에서 다른 대안적 매체로 넘어가는데 약 5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정확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5년 뒤, ft는 종이신문의 인쇄를 완전하게 중단할 것이며, 신문 시대의 일몰은 앞으로 5년 정도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는군요. ()

USA Today도 인쇄 중단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맥락의 선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USA TODAY는 지난 8월말, 28년 역사상 가장 전면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며 신문과는 대조적인 멀티미디어 컴퍼니로 완전히 탈바꿈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웹 콘텐츠와 모바일 콘텐츠에 더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겠다고 강조했고, 감원 계획도 내놓았습니다. 멀티미디어 기업에 걸맞게 조직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구성하겠다는 그림도 제시했습니다. 사실상 신문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뜯어고치겠다는 도발적 천명이었죠.

2010년 전반기를 넘어선 지금 시점에 영미권 미디어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 뒤면 신문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을 너도나도 내놓고 있습니다. 뉴스를 유통하는 플랫폼으로서 종이신문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종이신문의 실적이 이를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5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습니다. 멀티미디어 기업의 색채에 맞게 조직을 재정비하고 기자 채용 구조를 변화시키고 적응시키기 위해선 매우 짧은 시간일 수밖에 없습니다. 비싼 윤전기의 철수를 대비한 플랜을 짜야하고 온라인에서 5년 안에 반드시 유의미한 매출을 내놔야만 합니다. 지금 준비해도 늦다는 생각입니다. 그나마 영미권 언론은 온라인 이전을 나름 성공적으로 마쳤고 유료화 모델로 실패를 겪기도 했습니다. 때마침 태블릿이라는 명기가 나와 신문 산업에 실낱 같은 희망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그때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한국은 영미권과 사정이 분명히 다릅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영미 언론의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비시장적 광고 시장이 뒤를 받쳐주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지속되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태블릿PC의 파고 앞에 한국도 동일하게 노출되고 있습니다. 보다 높은 광고 효과를 바라는 광고주들의 열망은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종이신문만 부여 잡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구독률, 열독률 하락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신문의 지속가능성을 보증해주는 젊은층은 신문에서 이탈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신문 광고 매출만을 바라보며, 인쇄 중단을 고려하지 않는 경영 전략은 위험천만해 보입니다.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한 뉴스 플랫폼 포트폴리오 구성이 절박한 시점입니다.

10년 뒤 아니 5년 뒤를 염두에 둔 장기 전략 수립이 급합니다.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10년 뒤의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NYT와 FT, USA Today가 교훈을 주기 위해 스스로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뉴스의 존재 이유부터 근본적으로 다시 고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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