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해결책도 제시한다. 필터버블에 대한 논의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선을 통해 부상한 필터버들 문제는 그것의 심각성만큼이나 다양한 해법을 등장시켰다. 필터버블을 해결하려는 미국 언론사의 움직임은 그래서 소중하다. 경험의 당사자들이 내놓은 대안이어서다.

고커(Gawker) 파산 뒤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닉 덴턴은, 자신이 주목하는 문제로 ‘필터버블’을 들었다. 그는 디지데이와 인터뷰에서 “오늘날 사람들은 팩트나 주장으로 더이상 설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저널리즘이 서로 다른 견해나 관점을 제대로 교환시키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나 버즈피드도 여전히 이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해법은 고커식 커뮤니티에 가깝다. 구체적인 안을 설명하진 못했지만, 커뮤니티와 뉴스의 혼종으로서 고커 모델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 듯했다.

사례 1 : Read Across the Aisle

닉 덴턴이 커뮤니티 모델이라면, ‘Read Across the Aisle'(이하 RAA)은 기계적인 모델에 가깝다. RAA는 퓨리서치의 언론사별 정치 스펙트럼 수치를 기준으로, 구독자가 어떤 언론사의 뉴스 열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지를 측정한다.

다이어트 운동 앱이 사용자의 편식 행위를 경고하는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해왔다. 특정 편향 언론사의 뉴스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되면, 편향 소비 경고 메시지를 내보낸다. 이를 통해 다양한 관점의 뉴스를 읽을 것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퓨 리서치의 정치 스펙트럼 조사가 신뢰할 만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지만, 필터버블의 보정 장치로서 가치 있는 시도라는 평이 적지 않다.

사례 2 : Opin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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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도로 의견을 표명한다는 심플한 발상을 통해서, 자기 의견의 위치 분포 및 주요 논자들의 의견 포지션을 알려주는 인터페이스를 구현한 Opinary도 저는 주목중입니다. 논자들이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다른 기사 링크를 많이 활용할수록 좋아지는 구조.(by 김낙호)

사례 3 : 플립피드

필터버블의 진원지는 소셜 플랫폼이다. MIT 미디어랩 연구자들이 개발한 플립피드는 진원지를 겨냥했다. 그 가운데서도 트위터를 대상으로 삼았다. 일반적으로 진보적인 사용자는 진보적인 뉴스나 정보를 팔로우함으로써 그들의 확증편향을 강화한다.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다. 플립피드는 정반대 성향의 피드를 마치 자신의 피드인 것처럼 노출함으로써 개별 사용자의 편향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 장치를 구현하기 위해 MIT 미디어랩 연구자들은 딥러닝과 소셜네트워크 분석을 활용했다. 타임라인에 노출되는 기사나 코멘트, 그리고 소비하는 콘텐츠를 분석해 정치적 성향을 확정짓고, 반대 성향의 콘텐츠를 노출함으로써 필터버블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사례 4 : 월스트리트저널의 ‘Blue Feed, Red F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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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언론사들의 해결 방법도 눈길을 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대선 기간 전, 필터버블에 따른 편향된 인식을 완화시키기 위해 ‘Blue Feed, Red Feed’라는 특별 페이지를 마련한 적이 있다. 페이스북 등이 사용자의 선호에 따른 뉴스 소비를 부추기는 것을 비판하면서, 엇갈린 시선의 보도 내용이나 논평을 한 페이지에 교차해서 보여주는 방식을 선보였다. 현재도 몇몇 이슈를 중심으로 ‘Blue Feed, Red Feed’를 서비스하고 있다.

사례 5 : 가디언의 Burst your bub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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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은 ‘필터버블 터뜨리기'(Burst your bubble)라는 고정 꼭지를 운영하는 경우다. 가디언은 지난 2016년 11월부터 “사고의 확장을 위해 읽어볼 가치가 있는 보수 진영의 기사”를 매주 추천해주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 3월9일 기사의 제목은 ‘보수 미디어가 트럼프케어라고 말하는 것들’이다.

이 기사 안에는 Breitbart, RedState, National Review 등 대표적인 보수 미디어의 관련 기사가 요약돼 소개된다. 글쓴이에 대한 분석부터 내용 요약, 읽어야 할 이유 등이 짤막하게 다뤄지는데 독자들의 호응이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국내 사례 : 한겨레-중앙일보 사설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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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존재했다. 한겨레가 게재하고 있는 ‘사설 속으로’라는 기획이다. 이 기획은 “두 언론사의 사설을 비교·분석해 보여주는 지면 ‘사설 속으로’를 공동 제작해 21일부터 매주 화요일 두 신문”에 게재한다. 공통 주제의 의미, 문제 접근의 시각차, 시각차가 나온 배경 등을 현직 교사 등이 논리적으로 분석해 소개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주요 뉴스 주요 소비창이 되기 이전부터 시도됐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지닌다.

문제는 해결을 불러낸다. 해결 시점이 요원할 순 있지만,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미룰 이유는 없다. 누군가의 시행착오는 더 나은 해결의 밑거름이 된다. 그 자신이 밑거름이 되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수도 있고 해결 시점도 당길 수도 있을 것이다. 단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해결해낼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문제를 발견했다면 일단 해결하기 위한 실험에 나서보시라. 그것이 저널리즘의 역할이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