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장벽(Paywall)은 이젠 그리 낯설지 않은 개념입니다. 십수 년 전부터 해외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가장 보편적인 디지털 유료화 모델로 각광을 얻고 있습니다. 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고, 구독 시스템을 고려할 때 대부분이 이 유료 장벽을 검토하곤 합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이렇다 할 사례를 찾아보긴 어렵습니다.

사실 유료 장벽은 생각보다 복잡한 소프트웨어입니다. 국내에서 이 사례를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도 그 소프트웨어의 복잡성에서 기인한다고 저는 생각하는 편입니다. 단순히 디지털 장벽 하나를 치는 수준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죠. 오늘은 최근 발표된 논문 한 건을 바탕으로 그것의 시스템적 구성(아키텍처)를 짧게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유료 장벽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론사가 구축하고 있는 3가지 소프트웨어에 대한 짧은 이해가 선행돼야 합니다. 콘텐츠관리시스템(CMS), 고객관리시스템(CRM), 전사적자원계획(ERP)가 그것입니다. 유료 장벽은 단순히 CMS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이 3가지 소프트웨어가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으며, 서로의 데이터를 원활하게 주고받을 때 효율적으로 작동이 가능해집니다.

CMS와 CRM의 관계

CMS는 말그대로 언론사의 편집과 관련된 모든 제어가 이뤄지는 소프트웨어죠. 기사의 생산에서부터 데스킹, 배치, 내외부 전송 및 배포 등이 이 시스템 하에서 흘러갑니다. 유료 장벽을 도입하려면 이것과의 결합은 필수적입니다. 수용자가 언론사의 디지털 공간에서 마주하게 되는 모든 것들을 이 시스템이 통제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죠. (가)라는 수용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가)라는 수용자에게 3건 이상부터는 유료 결제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합니다. 이 사람이 로그인 사용자이든 비로그인 사용자이든 결제를 하지 않은 사용자라면 당연히 이 유료 장벽과 만나야만 하죠. 그러려면 (가)라는 사용자를 식별해야 합니다. 만약 (가)라는 수용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식별하지 못하면 그 사람에게는 무료로 수없이 많은 콘텐츠가 뿌려질 겁니다.

통상 유료 장벽은 두 가지의 데이터에 근거해서 접근통제를 진행합니다. 쿠키와 자바스크립트입니다. 만약 (가)라는 수용자가 이미 결제를 한 독자라면 유료 장벽 페이지와 만나지 않게 해줘야 하고(해당 기간 동안만), 그렇지 않다면 3특정 건수 이상 접속할 때마다 ‘결제하시오’라는 창과 만나게 해줘야만 합니다. 바로 그 수용자의 식별을 위한 기초 데이터베이스가 존재하는 곳이 CRM인 것이죠.

CRM에 이미 결제한 구독자의 여러 정보가 저장돼 있다면, 그가 어떤 경로로 들어오든 모든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열어줘야 합니다. 바로 CRM 데이터와 비교해서 이런 권한을 제어하게 되는 거죠. 따라서 CRM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만 유료 장벽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국내 언론사 중에 이러한 CRM이 잘 갖춰져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는지는 저도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CRM에는 종이신문이나 잡지 구독자도 있을 것이고요. 디지털 온리 구독자도 관리되고 있어야 할 겁니다. CMS와 CRM은 이렇게 만나야만 합니다.

CRM과 ERP

CRM과 ERP도 서로 교류해야 합니다. ERP에는 주로 상품의 결제 거래 교환 데이터가 저장이 될 겁니다. 재고, 회계 등은 ERP에서 관리가 되죠. 수용자가 유료 장벽을 만난 뒤 결제를 했다면 그 매출 데이터는 ERP로 전송이 돼야 할 겁니다. 그리고 그것의 유효 기간이 얼마인지도 ERP에서 반환해줘야 할 겁니다. 예를 들어 (가)라는 수용자가 한 달만 결제를 했다고 한다면, 한 달 뒤에는 다시 그의 접근 권한을 초기화해야 하죠. 유효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CRM으로 정보를 보내서, 그 사용자가 사이트를 방문하게 되면 “곧 권한이 만료되는데 연장하지 않을래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야 할 겁니다. 그리고 결제된 모든 매출 정보가 ERP에서 관리돼야 이후에 매출 보고 및 예측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듯 유료 장벽은 단순히 그 시스템 하나만을 도입한다는 걸 의미하지 않습니다. 회사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 문제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복잡도가 높아집니다. 물론 비교적 편리하게 처리하기 위해 피아노와 같은 기존 솔루션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하지만 매출 규모를 감안해서 선택해야 하겠죠. 솔루션 적용 시 발생한 매출의 차감 범위도 고려해야 할 것이고요.

유료 장벽과 머신러닝의 결합에 대해서는 조만간 다시 업데이트를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